악어떼의 추억

by HoA

오늘 아침엔 올리비아가 출근하는 내게

회사 가지 말라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려고 외할머니가 엄마랑

정류장까지 같이 나가자고 하니

잠옷을 입은 채로 마스크만 끼고 얼른 신을 신는다.

정류장에 이르렀다.

오늘따라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질 않자

외할머니는 빵 사러 가자며 아이를 데리고

제과점엘 갔고 올리비아는 맘에 쏙 드는

핑크색 롤케이크를 손에 쥐고 나오며

기분이 좋았는지 악어떼 노래를 흥얼거렸다.

불현듯 동요 '악어떼'에 대한 수십 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다닐 적 친한 친구 엄마의 에피소드다.

친구 엄마는 주일학교 교사였는데

아이들에게 가끔 동요도 가르쳐주셨단다.

그런데 어느 날 악어떼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일이 생겼다.

경상도 태생이었던 친구 엄마는

노래의 첫 관문을 지나기가 너무나 어려웠단다.

'늪지대를 지나서'로 시작하는 노래를

자꾸만 '넢지대를 지나서'로 불렀던 것이다.

본인의 발음이 적잖이 신경 쓰였던 어머니는

노래 첫 구절을 수없이 반복해서

끝내 표준 발음을 구사하게 되었다.

드디어 주일학교 날 노래 수업이 시작되었고

친구 어머니가 선창 했는데

아이들 모두 까르르 웃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발음 때문에 몹시 긴장하셨던 친구 엄마는

"늪지대를 지나서가자

응검응검 기어서 가자~"하고 노래 부른 것이다.

열일곱 우리는 교실에 옹기종기 앉아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깔깔대고 웃었다.

아무것도 아닌 얘기에도 배 아프게 웃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아이의 웃음에 울음에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슬며시 미소 짓는 이 나이도 나쁘지 않다.

아니,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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