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하듯
부모도 자식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다.
나이가 들면 자식한테 서운한 일이 많아지더라는
여느 노인의 한탄을 귓등으로 흘리던 시절은
지나갔고 어느새 우리의 부모가 그런 노인이 되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남편에게 역정을 내던 시아버지,
의도치 않았던 일에 서러워 눈물 흘리던 엄마를 보며
제아무리 가족 간이라도 소통이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 이해의 노력은 결국 오해만을 남길뿐임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내 맘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남편의 마음도 그런 게 아님을 아는데
부모님의 마음도 꼭 그런 건 아니었을 텐데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서 곱고 바른 진심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돼버리고
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내 맘을 어찌 알겠는가.
어색해서, 쑥스러워서, 새삼스러워서, 바빠서
혹은 아무란 핑곗거리 없이 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마음은
왜 어른들 간엔 쉽사리 전하기 어려운 걸까...
부모에 대한 염려의 마음은 분명 없는 것이
아닌데도 표현되지 못하고 쌓이고 쌓여
억지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나오지 못할 만큼
무거워진 채로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다.
아이에겐 매일매일도 하는 '사랑해'라는 한마디가
부모님 앞에선 한 달에 한 번도 일 년에 한 번도
어쩌면 십 년에 한 번도 바깥 구경을 못한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일단은 쓰고 보자.
기록된 것은 사라지지 않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