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컨설팅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우리 팀
프로젝트에 PM으로 들어와 몇 달간
고생해주셨던 이사님과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나보다 대여섯 살 언니인 이사님은 정답이 없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고민해주셨고
일처리도 깔끔히 하고 나가셔서 내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분이다.
마침 이사님이 올초 메이저 컨설팅사로 이직을
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기에 축하도 드릴 겸
기분 좋게 만났는데 그분은 내게 의외의
말씀을 하셨다.
작년 우리 프로젝트에 들어와서 내 모습을 보며
본인 커리어와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이직까지 하게 되셨다는 거다.
그분 말씀을 빌면 나의 모습이 부러우셨단다.
번듯한 회사에서 전문직군으로 인정도 받고
예쁜 가정도 꾸리며 균형 있게 사는 날 보며
아차 싶으셨단다.
로컬 컨설팅사에서 밀려드는 일에 빠져
결혼도 못하고 십수 년을 지내고 보니
남은 것은 실체가 없는 로열티와 일 잘한다는
평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란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하셨고 커리어부터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에 메이저 컨설팅사로 옮기셨다고 했다.
그 고백에 나 역시 이사님으로 인해 적잖은
생각을 했노라고 말했다. 출근길에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퇴근길엔 성에 차지 않는
보고서가 머릿속을 맴도는 삶을 여러 해
살다 보니 내 커리어에 발전이란 끝인 건가
싶을 때가 많았노라고, 일에 몰두하고
성과에 당당한 이사님이 한편 부럽기도
했노라고, 우물 안이 아니라 시장에 나가서도
나란 사람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나 역시도 뭔가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그녀 역시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밀도 있는 이야기를 하느라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급히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며 다음번에는 여유 있게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가지지 못한 남의 것은 왠지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부러운 마음으로 끝나버리면
시기와 우울만이 남게 마련이다.
다행히 이사님과 나는 질투하기보다는 서로의
삶에서 각자가 배울 점을 찾았던 것 같다.
어떤 형태로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끼리는,
안주하지 않고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교감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가 있다.
그녀와 나의 여정에 충실함이 있기를
다시 뵙는 날에도 불편함보다는 서로에 대한
응원이 있기를 기도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