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끝에 회사에 나가는 날이었다.
긴장한 탓인지 오랜만에 도는 두뇌가 과부하에 걸린 탓인지
혹은 고농도 카페인 때문인지 잠이 좀처럼 푹 들지 않고 깨기를 반복했다.
두어 번 잠을 재차 청하다 결국 책상에 앉고 말았다.
옆에서 쌔근쌔근 잠든 너의 숨소리가 위안이 된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아이가 없는 채로 어느 빗소리가 가득한 새벽 3시
잠에서 깬, 선택하지 않은 삶이지만 충분히 그럴법한 가상의 '나'를 상상해 보니
문득 외로워진다.
불면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곤히 잠든 너의 존재가
무한히 위로가 되는 밤, 아니 아침으로 향하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