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만드는 것

forecasting에서 backcasting

by HoA

필립 E. 테틀록의 책 '슈퍼 예측'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예측은 똑똑한 사람들이 중요한 이슈를 해결해 보려는 진지한 시도'이지만 어떤 예측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예측 자체의 불완전성도 있겠지만 진실이란 본래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이고 조건이 순간순간 변화하므로 완전한 개방성을 갖고 계속 업데이트해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요즘 시장 상황을 보면 일상화된 변동성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예측해야 하고 모델을 부지런히 조율하고 발생한 상황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촘촘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거에 두세 가지 예측과 그에 맞는 액션플랜이 있었다면 지금은 10배 이상 다양한 경로와 전술을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은 '예측'이라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정확성을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허술하게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아~~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예견했던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으며 산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진짜 강화해야 할 역량은 정확한 forecasting보다 backcasting일지도 모른다.

backcasting이란 현재가 아니라 특정한 미래를 기점으로 그 미래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부터 그 시점까지 어떤 경로를 가야 하는지를 그리는 것이다.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때로 허망하다. 하지만 인간의 계획과 실행의지에는 변화의 힘이 있다. 예측되는 미래가 무엇인지, 선호하는 미래는 무엇인지, 그 간극은 어떠하며 선호미래에 닿기 위해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조건과 앞으로 가야 할 경로가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우리는 예견된 미래가 아닌 그리는 미래에 다가설 수 있다.

Backcasting은 비전 수립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일 것이다. 비전수립 후 n개년 로드맵을 설계하고 선포하고 실행부서로 하여금 이행토록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설계된 전략도구는 허황하다. 숫자로 계산되지 않은 서사는 아름답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전은 그래서 비전으로 끝나고 성취되지 못한 채 대체된다.


과거 리더십은 비저닝으로도 충분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선호하는 미래를 그리는 것을 넘어 철저한 backcasting과 경로 개척 능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을 쥔 사람들은 '이것저것 열심히 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살았고 그래서 과거보다는 점점 괜찮게 살게 되었다. 반면,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런 뭉툭한 논리로 설득당할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작은 사업 단위는 기업 전체든 닿을 수 있는 미래상과 그 여정을 잘 디자인하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정확히 예측할 줄 아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미래를 제시하는 사람, 그리고 그 미래로 이끌 사람과 따를 사람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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