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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힘

값싼 데이터로 비싼 정보를 만드는 법

by HoA

어제의 수면 패턴을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리포트를 언제까지 열심히 확인할 수 있을까? 어제의 주가나 날씨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인간은 이미 아는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의 저자인 김재경 교수의 직강을 들었다. 그는 수학을 기반으로 생명현상의 수많은 문제들을 예측하고 해결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다. 수학엔 대단한 자신이 없지만 어쨌거나 모델링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강의 중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았는데 특히 인상적인 메시지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델링의 본질은 "수학을 활용하여 싼 정보를 비싼 정보로 변환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개념 정의다. 내비게이터가 속도와 남은 거리로 도착 시간을 계산하듯, 신용 데이터로 채무자의 부도 확률을 예측하듯—수학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현재의 값싼 데이터로 끌어내는 신기한 도구다.


특히 많은 사람들을 수포자로 만들지만 점점 더 중요성이 높아지는 미적분을 배우는 이유도 점의 세계를 선으로, 선의 세계를 면으로 증폭하고 또 반대로 만듦으로써 어떤 현상을 세세히 이해하고 가치 있는 국면으로 변환하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함수와 방정식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과거나 현재의 파편을 조립해 미래의 퍼즐을 완성하는 언어인 것이다.

김재경 교수님이 그간 진행해 온 연구와 실용적인 성취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수면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화된 최적 수면 주기를 제안하거나 우울증 발현 가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왔다. 그가 과거의 것을 미래의 것으로 연결하는 순간, 그 데이터는 누구나 원하는 "비싼 정보"가 된다. AI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특히 잘하는 것이 이미 알려진 것으로부터 알고 싶은 것을 알아내는 예측과 추론의 영역이다. 사람들은 이미 아는 사실이 아닌, "내일의 가능성"에 돈과 시간을 투자며 AI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모델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현대인의 본능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비싼 것을 추구한다—확정된 주식보다 변동성의 기회를, 기록된 건강 데이터보다 예방 가능성을. 수학은 이런 욕망을 시스템으로 만든다. 교수님이 강조하듯, "제대로 된 모델을 가진 사람은 무한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의 수면 분석이 단순한 리포트에서 질병 예측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는 것처럼 수학은 우리로 하여금 미지의 세계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한다.


물론 수학은 어렵다. 원래 어려운 것이라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힘겨운 과정만큼 해결하는 순간의 희열이 크기 때문에 수학을 애정하고 경외하는 사람 역시 많다.

려운 수학을 외면하고 싶을 때마다 우리는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미래의 가치를, 누가 대신 계산해 줄 것인가?" 결국 수학이다. 값싼 X를 비싼 Y로 바꾸는 이 마법의 공식—AI가 세상에 없던 것처럼 생경하게 보여도 우리는 그 뒤엔 무엇이 있는지 늘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항상 인간의 호기심, 그리고 수학의 논리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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