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참 힘드네
어제,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학교에 동화작가 임정자 선생님이 오셨다고 한다. 아이는 작가님에 이런 멋진 사인을 받아왔다.
"당당하게!
약한 자의 편이 되어주는 어른으로
성장하시길 기원합니다."
그 당연한 메시지가 너무 따뜻하고 감사했다.
딸아이가 꼭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그런데, 막상 사회생활하다 보면 이 당연한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다.
약간의 선의를 보여서 많이 기울어진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평탄화하고 싶은 소소한 바람일 뿐인데 지금 이 상태가 좋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무거워서 그 중심을 옮기는 것이 징글맞게 힘이 든다.
우리 엄마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나를 부디 당당한 사람, 공정하고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자고 말씀하셨다. 사욕을 채우고자 권세에 굴복할 필요는 없다고
조금 불편한 건 참아도 불의에 눈감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강박 때문인지 나는 때때로 확실한 권력에 줄을 서는 것보다 당장은 불안정해도 바르다고 믿는 것들에 승부를 걸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왜 수많은 사람들이 현존하는 권력에 줄을 서고, 그 그늘 아래서 마음은 좀 찜찜해도 몸이 안온한 선택을 하며 사는지 알게 된다. 점점 더 그런 일에 공감이 되고 나도 그냥 좀 그 귀퉁이에서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맘이 문득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더욱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친다. 그 와중에
그런 나 자신을 지켜보는 스스로가 안쓰럽기도 하고 동시에 부아가 치민다.
이불 킥하며 잠에 들고 잠든 동안에 이를 바득바득 간다. 그런데 아침이면 여전히 혹은 다행히 난 약한 편에 서는 어른이길 원하는 사람으로 깨어난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 아이들이 약한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충분히 건강한 사람이길 바란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문득 지치고 회의가 드는 순간이 올 때 마음을 다잡고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그걸 알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나에게도,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