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부터 배우는 의도된 '단순함'
세상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문제들은 거대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하나의 문제에 접근하는 순간, 수많은 변수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고, 우리는 그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마치 거대한 숲 속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접근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었지만, 이제 그런 시도는 '오만'에 가깝다.
인공지능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때로 '둔감함'을 택한다. 정확히 말하면, 핵심을 꿰뚫는 '단순화'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불필요한 노이즈를 걷어내고, 오직 문제 해결에 필수적인 패턴만을 찾아낸다. 이는 '편향-분산의 딜레마(Bias-variance trade off)'를 해결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한 모델은 복잡한 현실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할 수 있지만, 핵심적인 패턴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오류를 줄이고, 나아가 새로운 정보를 겸손하게 수용하며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나는 때때로 복잡한 문제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듣곤 한다. 복잡하게 얽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여기는 일일수록 핵심만 짚어내거나 쉬운 비유법을 써서 표현하곤 하는데 내 얘기를 듣고 나면 "문제는 그거였어!"라고 깨닫게 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내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 복잡한 정보를 모두 이해하고 처리할만한 부지런함이 부족하다 보니 본질적인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추상화'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얻게된 요령일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방식은 인공지능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꽤 닮아 있음을 알게됐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인공지능에 점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순화에는 폐단이 있다. 세상의 모든 복잡성을 무시하고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하면, 자칫 문제의 깊이를 놓칠 수 있다. 내가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도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복잡한 상태로는 그 누구도 해결할 엄두를 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첫 단추를 꿰려고 단순함을 택하는 것이다.
고군분투 끝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서의 '단순함'은 그래서 확실한 장점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겸손함', '개방성', 그리고 '의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지금의 지식과 접근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하는 태도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얽히고설켜 도무지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가장 단순한 질문을 던져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인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복잡한 문제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다시 처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함은 무지함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함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다. Steve Jobs는 "Simple can be harder than complex: You have to work hard to get your thinking clean to make it simple. But it's worth it in the end because once you get there, you can move mountains."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우리는 본질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인공지능의 전략을 벤치마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둔감해지는 것, 즉 '단순함'을 택함으로써 문제 해결 과정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 방법은 분명히 우리를 조금은 앞으로 이동시킨다. 더불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의 길을 찾는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