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방뇨

by 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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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마당 옆 조그마한 텃밭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놀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진 제이미가

할머니에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했다.

외할머니는 너무 급하면

밭에다 쉬야를 해도 된다고 말했고

쭈뼜거리던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

옹기종기 푸릇푸릇 줄 지워 심긴 모종에

쉬를 하며 중얼거렸다.

"나무야 목말랐지? 내가 물을 줄게~"

급한 일을 마친 제이미는 바지를 끌어올리며

다른 편 모종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나무야 미안해, 물이 다 떨어졌어."

그 이후로도 제이미는 이따금씩

길을 걷다가도

나무나 풀이 목이 마른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나는 나무는 쉬보다는 비를 좋아한다며

아이를 말렸다.

일탈은 한 번이어야 낭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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