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소녀

패러디 시-목마와 숙녀

by 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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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무관하게

회전목마를 타고 떠난 아이의 옷자락을 생각한다.


목마는 나를 버리고 거저 전자음을 울리며

기둥 너머로 떠났다, 카메라를 쥔 손에 힘이 풀린다

흔들린 피사체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게 왔던 소녀는

저 너머에서 여전히 회전하고

낯선 이에게 손을 흔들다가

내가 카메라를 다시 정비할 즈음

목마를 타고 환히 웃으며 돌아온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셔터를 누르며 아이의 미소를 맞고

뒤통수를 따라가며 작별하기를 반복한다.


비록 커피 기운으로 아기를 기르고

회전목마 난간에 기대어 그 소녀 하나를

주시하고 있을지라도

버지니아 울프의 고귀하나 슬픈 생보다야

어쩌면 조금은 더 나은 삶이라 믿으며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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