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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Sep 26. 2019

억지춘향 해외출장


영어공부 가열하게 하던 시절에는

병아리 눈곱만 한 기별도 없더니
비즈니스가 bu로 시작하는지 bi 시작하는지조차

물가물하니 해외 출장을 가서  법인장 설득을

좀 하고 오란다.
나도 이젠 일 욕심 따위 슬며시 내려놓고

남들처럼  불편해도
 편히 살자 맘 돌리려는데

좌우지간 올 가을에도 일복은 풍년이다.


그날 , 아이에게 엄마 출장 가는데 괜찮겠느냐

물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들 눈에 눈물이 맺혔다.

며칠뿐이니 울 일은 아니라 했더니
밤마다 찡찡거릴 동생 때문에 고생하실 외할머니

걱정 눈물이 난다고 했다.
순간 질투가 나 엄마도 고생하러 가는 거라 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워킹맘 생고생 코스프레를

더 많이 하고 싶어 진다.


그나저나 해외 출장이 더 이상 반갑지 않을 만큼

영어에 자신 없는 내가 된 것이 황망한 일인데도

열심히 공부할 의지 역시 안 생기는 걸 보면

포기인지, 여유인지 그냥 아줌마 똥 배짱인 건지

헷갈린다.

어차피 능력은 살짝 거들뿐

일이 되고 안 되는 것은 상황이 8할이더라며

잠자코 짐이나 싼다.

이것이 직장생활 15년 차의 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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