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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Feb 05. 2022

미래로 가지 마라

미래라고 쓰고 삽질이라 읽는다

지금 대기업(중견기업 이상)에 다니고 있고 재직 중인 곳에서 정년퇴직할 계획이라면 자고로 '미래'를 경계하라.

'미래전략', '미래경영', '미래사업'  '미래'나 '신(新)'을 수식어로 달고 있는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가능하면 피하라는 말이다.

그런 조직들은 대개 심신이 노쇠한 CEO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시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그에 그치지 않고 혹여 기업이 영위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해 나가야 할 미션까지 부여받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 조직 구성원에게는 위험하고 척박하고 불안한 고생길이 예견되어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적 자원, 긴 시간, 돈 그리고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설령 조건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신사업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이런 류의 사업을 전시행정으로 운영한다. 먼 미래를 위한 투자의 과실을 현 임원진(오너가를 제외하면)이 누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은 새로운 이슈에 관심 갖는 척은 할지언정 정작 그 일에 큰 투자를 감행할 이유가 그다지 없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조직은 최소한의 자원을 갖고 시작되며 조직에서 잘 나가는 엘리트 리더들이 배치될 가능성 역시 낮다. 피차 실패의 이력을 남겨 득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에나 돈과 시간은  늘 부족하다. 신설 조직은 더욱 열악하다. 설령 어려운 가운데 조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머지않아 기존 조직이 만들어내는 커다란 기여에 비교당해 결국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고 마는 일도 많다. 죽을힘을 다해 얻어낸 딸기 한알이 제 아무리 소중해도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는 수박 한 덩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나마 신설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레거시 조직에서 테스트하고 검증된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을 위해 독립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조직이라 할지라도 명확한 역할이 부여되어 적어도 몇 년은 버틸 수 있고, 모체가 되는 조직이 갖고 있는 인프라나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기업에서는 반드시 새로운 성장사를 만들어낼 다크호스가 필요하다. 두 세 차례의 혁신이 없이는 규모를 키울 수가 없이 계속 작은 채로 있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대기업 직원이라면 의지와 포부만으로 아무도 하지 않던 일을 벌이려는 고생길을 자처하지 않기를 권한다. 능력과 의지, 확신이 있다면 본인의 회사를 만드는 데 힘쓰는 것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속한 조직에 충성을 다해 공을 세우고 싶다면 기존의 것을 조금씩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의 일을 하되 그것이 기존의 것과 다른 것처럼 표현하는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본인에게도 조직에도 궁극적으로는 고객에도 이롭다.  

진보는 본래 이미 있는 것들이 조금씩 개선되어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른 것이거나 이미 있던 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결과이지 세상에 없던 것이 갑자기 펑하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갑자기 생겨난 조악스러운 것들은 만든 사람에게만 신선할 뿐 대중에게는 거슬리는 변화 그 이상도 이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 17년차 직장인이 전하는 짬의 바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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