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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Jun 19. 2022

공부는 어렵고 회사는 짜증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괜찮은 이유

 대학원 기말고사 기간이라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이 물었다.

"엄마 공부가 쉬워요 회사가 쉬워요?"

"공부는 어렵고, 회사는 짜증 나.."

찰나에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수습을 한답시고 "공부는 나이가 들어서 하니까 생각만큼 안돼서 어렵고, 회사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닌데 사람이나 상황이 복잡할 때가 있어. 그래도 둘 다 재미없는 건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이는 어렴풋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공부는 어려운 반면 회사는 왜 짜증 나는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부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본인 탓을 하게 마련이다.(요즘 젊은이들은 선생 탓을 한다던데 거기까지는 논외로 하고) 나의 부족한 지능과 아쉬운 노력이 불러일으킨 안타까운 결과에 대해 부모나 선생님께 미안해했던 것이 보편적인 정서인 것이다.

 반면 회사에서는 어떠한가?

놀랍게도 본인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로 저성과자들 대부분은 상황, 동료, 리더를 문제 삼지 본인의 무능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터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자책과 반성, 개선과 노력이라는 발전의 연쇄작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회사 안에서 개개인은 하나같이 잘난 사람들이다. 나는 바로 서있지만 직급과 상황이라는 장애요소에 이따금 비틀거리는 존재일 뿐인 것이다. 게다가 본인 말고도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수두룩하게 많다. 특히 결과가 나빴을 경우에 탓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짜증은 날지언정 자책은 하지 않거나 거의 마지막에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회사는 스스로에게 매우 관대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이 기말시험 보는 날 출근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좋은 하는 이유를 쥐어짜 낸 결과다.

써놓고 보니 궤변인 듯 하지만 출근하기 싫을 때 이런 억지스러운 이유라도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 장기근속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월급말고는 도무지 없는 것 같지만 회사가 좋은 소소한 이유들은 분명히 있다.  

일요일 저녁이다. 자...이제 하나씩 이유를 하니씩 장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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