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A Jun 22. 2022

욕의 기술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답답하고 미치겠는 순간이 있다. 특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는 직원과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화가 부글부글 끓다가 순간 끓어 넘치는 경우도 생긴다.

어느 날은 나도 모르는 순간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와 버린 적도 있다. 순간 스스로도 너무 당황을 해서 누가 듣지는 않았나 주위를 살폈다.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못 들은 척을 해주었던 건지 다행히 나를 주시하는 눈은 없었다. 그런데 그 한 번을 계기로 욕은 이따금씩 튀어나왔고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상스러운 사람이었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묘한 쾌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욕을 하는구나~! 담배를 피우면 이런 기분인 건가?'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를 물던 끝에 매일 욕을 하지만  전혀 욕처럼 들리지도 않고 심지어 정겹기까지 한 팀장님 한분이 생각나서 업무 얘기도 할 겸 조언을 구하러 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팀장님께 물었다.

"팀장님, 저 요즘 답 없는 거 하는 거 아시죠? 그 와중에 이상한 애들 때문에 열받는 일이 많아서 욕이 나와요. 근데 한동안은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 같은데 팀장님처럼 욕처럼 느껴지지 않게 욕하는 비법 좀 전수해주세요. 저도 맘 편하게 욕 좀 하게요..."

팀장님이 껄껄껄 웃으시더니 "나 이렇게 되기까지 jola 오래 걸렸어. 젊어서부터 꾸준히 한 25년쯤 해야지."

"25년이요? 저 지금 마흔둘에 시작하면 67세에 자연스럽게 욕쟁이 할머니 되는 거예요? 아... 너무 멀었는데?!

또 다른 건 없어요?"

"있지, 난 욕할 때 특정한 사람을 응시를 안 해. 그 욕이 분명히 그 인간한테 도착할 거라 믿고 그냥 공기 중에 발사해버려."

그 얘길 듣고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여하튼 그날 팀장님과 한참 웃으며 비법을 전수받고 난 후에 동료 몇 명에게 이 팁을 전수해주었다. 그 이후 일하다 미간을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면 메신저로  "발사해, 지금이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화를 풀게 되었다.



이전 15화 다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