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편지
펠릭스와 베네딕토
펠릭스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베네딕토는 대한민국 경기도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다.
같은 날,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에 세상에 나온 이 둘.
그래서 늘 궁금했다.
같은 날 태어난 이들의 앞으로의 삶의 시간들이.
둘이 처음 만난 것은
4살 때 한국에서였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베네딕토의 생일이 되면,
펠릭스를 위해서 함께 기도하게 되었다.
둘이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펠릭스는 7살 무렵,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펠릭스는 특별한 아이다.
아니 세상의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다 저마다의 빛의 색을 가지고 태어난다.
무엇이 펠릭스가 한국을 떠나도록 하였을까?
"이 아이는 둥글게 다듬어지지가 않아요."
"한국에서 살아가기에는 힘들어요."
비단 펠릭스의 유치원 선생님의 말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펠릭스가 둥글게 다듬어지지 않는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 때문에 펠릭스가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었다.
타고난 자신의 색을 죽인 채,
누구나 다 둥글게 살아야만 한다는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시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펠릭스의 엄마,
그녀 역시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살아왔다.
그녀의 아버지의 직업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살아왔고,
그녀가 한국에 잠시 들어온 것은 그녀 나이 19살, 고3 때였다.
악착같이 수능 공부를 하고 그녀는 한국의 명문대에 입학하였다.
오랜 시절 해외에서 살았기 때문에 특례입학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수능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후 결혼을 하고 다시 해외로 나가서 생활을 하였고,
펠릭스가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때 펠릭스의 나이 3살 때였다.
펠릭스는 모나지 않았다.
둥글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만의 이쁜 색을 가진 남자아이였다.
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적응하며 살아가려면 둥글어야 하는가?
자신의 색은 바랜 채 둥글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인가?
펠릭스 엄마,
그녀와 내가 알고 지낸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올해 펠릭스와 베네딕토가 한국 나이로 14살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이별 후 중간에 만난 적도 있었다.
헤어진 7년의 시간 동안 딱 두 번이다.
한 번은 다른 나라에서,
또 한 번은 한국에서..
그리고 서로의 스케줄이 엇갈려 얼굴을 더 이상 보지는 못했다.
펠릭스와 베네딕토,
그리고 그녀와 나.
하지만, 펠릭스와 베네딕토가 헤어질 7살 무렵,
서로에게 이야기하였다.
어디에서 살던,
기도할게.
베네딕토의 생일에 펠릭스를 위하여.
펠릭스의 생일에 베네딕토를 위하여.
그러고는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누가 먼저 이든 상관없이 축복의 인사를 추고 받았다.
어떤 해에는 그녀가 먼저.
어떤 해에는 내가 먼저.
그렇게 아이들의 생일날,
그리고 새해에는 잊지 않고 서로의 자녀를 위해 기도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어제, 그녀에게서 새해 인사가 왔다.
나도 잠시 잊고 있었다.
무엇이 펠릭스와 베네딕토,
그리고 그녀와 나의 인연을 이리 이어지게 만들어준 것일까?
서로 잊고 살 수도 있는데 말이다.
펠릭스와 베네딕토는 카톨릭 세례명이다.
둘 다 모태신앙이다.
같은 생일, 같은 종교.
보이지 않는 인연의 실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또 신기한 점은 나의 아이가 7년을 넘게 불려진 영어이름은 펠릭스이다.
아무도 알 수는 없다.
다만,
우리들의 인연은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잊을만하면,
다른 이가 이렇게 인연을 이어갔다.
어디까지 흘러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새 해가 오면,
아이들의 생일이 되면,
그리고 카톨릭 성인인 펠릭스와 베네딕토의 축일이 되면 기도할 것이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서로를 축복하며...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인연이다.
펠릭스야.
너는 세상 그 어떤 빛보다도 고유한,
찬란하고 아름다운 빛을 가진 아이야.
너의 삶 속에 언제나 온정과 사랑이 넘쳐흐르고,
그 길 위에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
베네딕토가 행복한 순간에는
너를 한 번 더 떠올리며
그 순간 너 역시도 행복하기를 기도할게.
너의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 빛을 더하는 소중한 선물임을 잊지 말고,
그 빛이 더욱 환하게 비추길 바라며,
언제나 그 길을 응원할게.
먼 곳에서 바라보는 이모가.
Hey beautiful,
Wishing you a year filled with g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