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잇는 봄빛

어느 봄날을 이제야 꺼내어보다

by 서하


기억을 잇는 봄빛



그해 봄,

살고자 했던 이는 결국 떠났고

살 수 없었던 이는 끝내 떠나갔다.


그해 봄,

추억의 기억을 묻은 채

나만 살아갔고,


그해 이후

기억을 덮은 채

나만이 살아냈다.



이 봄이 되어,

차마 깨울 수 없는

비워둔 기억들이

문득, 고요히 스며든다.


이제야,

희미한 그리움의 그림자 속

잊힌 시간 속을

그저 살아가고 싶다.


이제야,

내 삶을

봄빛 아래 놓아본다.




瑞夏(서하) 쓰다




14살의 나의 봄,

가장 소중한 가족이 세상을 끝내 떠났고,

가장 소중한 친구는 결국 스스로를 버렸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잊었고,

그 봄 이후,

나의 시간은

그저 희미한

찰나의 추억으로만 남겨졌다.


꺼내어 보려 해도,

끝내 떠오르지 않았던

잊힌 기억을 찾아

잃어버린 시간까지 껴안고

살아가고 싶어졌다.


오늘 문득,

해지는 바다를 보며,

잊힌 추억의 조각들을

다시 맞추어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삶을 이어가고 싶다.


못다 핀 너의 꽃과 나의 꽃을 피우며,

봄빛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

서하마음대로.gif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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