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뀨어라운드 Jul 11. 2024

태권도 포인트

엄마의 마음

태권도를 배우자


올해 3월부터 우리 아이는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작년부터 다니고 싶어 했지만,

셔틀 없는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기에,

유치원으로 옮기면 그렇게 해주마 했었다.



그렇게 다니기 시작한 태권도 학원은,

맞벌이 부부의 삶으로 인해,

주 3일, 주 4일 도 아닌,

주 5일을 다니게 되었고,


적응 기간이랄 것도 없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재미있어하며 잘 다니고 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닌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에도,

아침 등원을 위해 깨우자 눈 뜨고 대뜸 하는 말이,

”오늘은 유치원 안 가고, 태권도 학원에서 하루 종일 있으면 안 돼?“ 였다.


태권도 학원에서 친해진 형아 누나들 중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을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도 오래 있고 싶다 했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태권도는 그저 빛이었다.



포인트 시장이란 게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태권도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띠 체계도 잘 모르고,

아이가 최근에 승급 심사를 받고,

노란 띠를 받아 온 게 그저 신기했다.


그런데 이 태권도 계에서 신기한 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포인트 시장”이었다.


태권도 학원에 올 때마다 1포인트,

구령이 우렁차면 특별 포인트,

승급 심사를 통과하면 또 포인트,

그리고 마지막은 친구를 태권도에 데려오면 100포인트라고 했다.


친구 데려오기에서 푸하하 웃음이 터지긴 했는데.

아무튼 태권도에서는 이런 포인트라는 것을

네모난 코팅 종이로 아이들에게

매일 혹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나눠 주었다.


그 포인트로 무엇을 하는 고 하니,

1년에 2번 포인트 시장이 열린다고 했다.



아, 내가 어렸을 때 성당 주일학교에서 경험했던,

바자회(?) 혹은 교회로 말하면 달란트 시장 같은 거구나 싶었다.


그때는 미사와 주일학교를 참석하면 1장,

기도문을 잘 외우면 1장,

이렇게 교환권 같은 걸 받았던 것 같은데.


당시 주일학교 선생님이 남자분이셨는데,

문득 이 바자회 날, 선생님과 합심하여 하여,

막걸리를 몰래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났다.


얼굴이 벌게진 나를 보고,

바자회에서 행사에 참여하던 엄마가 놀라셨던 기억도.


아무튼 이 포인트 시장이 5월 마지막날에 열렸다.


전날에는 밴드 앱을 통해 태권도 관장님께서 포인트 시장의 휘황 찬란한 물품 사진들을 공유해 주셨고,

우리 가족은 그 사진을 보며, 우와 우와~를 연발했다.


아이는 포인트 시장에 가서,

미사일 달린 총을 사 와야지 하고 전날부터 신이 났다.



엄마의 마음


포인트 시장이 열리는 날 새벽,

아내가 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얼마 전 태국 여행에서

엄청난 모기 공격을 받았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 수영장을 다녀온 뒤로

갑자기 다리에 빨갛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났다.


전날 피부과에서 진료받고 주사도 맞았음에도,

새벽에 증상이 심해져서 응급실을 찾았다.


피검사는 받았고, 정맥 주사를 한대 맞고

바로 출근하겠다며,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이 날 아침 등원 준비는 나의 몫이었다.


”오늘은 엄마 없이 아빠랑 둘만 준비하는 거니까, 잘 준비해 보자?!“


엄마가 빨리 낫기를 기도하며,

아이와 같이 등원 셔틀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잘 준비했다고 사진도 찍어 아내에게 보냈다.


조금 늦은 관계로,

뛰어서 셔틀버스에 겨우 도착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데,

지이잉 하고 휴대폰이 울린다.


아내였다.


”여보세요?“


잘 등원했냐는 전화일까?


“오빠” 하고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가 많이 쉬고 갈라졌다.


갑자기 걱정이 덜컥 들었다.


다리 부풀어 오른 게 심상치 않아 보이던데,

피검사 결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신혼 초기에 갑작스러운 입원을

한번 겪었던 아내라,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진 아내의 이야기에

잠시 벙 쪄버렸다.


”포인트 잘 챙겨갔지?“


응급실 침대에 누워,

주사를 맞고 있는 상황에도,

아들이 기대했던 포인트 시장을 잘 즐겼으면 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보는데,

카카오톡으로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포인트 잘 챙겼지? ㅋㅋ”


이제 멀어져 가는 셔틀버스 뒤로 걸어가면서,

문득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픈 와중에도,

엄마는 아이 생각 뿐이구나.

이런게 부모 마음이구나 하고 말이다.


아들, 넌 좋겠다.

이런 엄마를 둬서.

매거진의 이전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