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멈춰서 바라보면, 하루는 기록이 된다.

1부. 내 인생에 이야기가 없다고 느낄 때

by 지금은 백근시대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 전날 새벽 3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고, 그 탓인지 아침 8시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서울에 가야 했기에 마음은 급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그러면서 정신없이 보내는 삶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비는 조용히, 부슬부슬 내린다. 가로수 아래엔 젖은 꽃잎이 흩어져 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이 그날은 유난히 시선이 끌린다. 나무는 내리는 비를 그저 묵묵히 맞으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과 같았다. 나는 지금,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생각 속에 살아간다. 조급하고, 답답함이 밀려온다. 경제적인 불안감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인지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강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나는 강의를 해야 하지만, 벌써 넉 달째 대부분의 시간을 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은, 무언가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었다. 서울로 향하면서 차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내게 이야기를 할 법하다. 하지만 차에 부딪히는 소리들이 오늘은 유난히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빗물은 달리는 유리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나를 자꾸 다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무엇이지? 삶에 대한 의미를 떠올려 보았다. 너무 평범한 하루이다. 이 평범한 하루를 보며 나만의 이야기가 없는지 살폈나 보다.


그러는 사이 목적지에 다다라 가고 있었다. 하지만 도로는 막혀 있었고, 마음 한 편의 가슴은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이내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셔 본다. 어수선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왜 이렇게 무거운 걸까?” 질문이 마음속을 오래 맴돈다. 서울에 도착해 프로필 사진을 찍고, 청소년 경제교육 공저 프로젝트 미팅을 마쳤다. 그리고 내 강의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컨설팅을 받았다. 콕콕 짚어주는 말들이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못하고 있는 걸까?”

이제야 답답하고 초조한 내 마음을 이해가 되는 듯했다. 아직도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들은 말들이 다 옳다는 생각에 공감도 되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큰 바위 하나를 등에 짊어진 것처럼 무거움도 함께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자꾸 완성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에 띄는 성취, 감동적인 전환점, 드라마처럼 극적인 순간들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닌데도 내 마음은 완성된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 그래, 무엇을 했음이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마주 보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오늘처럼 흐리고 막히고, 마음이 엉켜 있는 날도 충분히 나를 살필 수 있고, 그 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답답함을 느끼고, 괜한 자책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무언가가 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지금 이 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토리가 없는 하루가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직, 우리가 멈춰서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다. 비 내리는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 순간, 스스로를 마주하고 있는 그 낯선 시선을 주목해야 한다. 많은 이들은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만일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 질문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

“오늘 내 마음을 가장 오래 머무르게 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흐릿하게 흘러가던 하루가 조용히,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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