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놓쳐버린 하루의 작은 순간들

2부 평범한 하루에도 이야기는 있다.

by 지금은 백근시대

가끔, 하루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처럼 휙 하고 지나가는 날이 있다. 붙잡고 싶지만, 어딘가에 집중하면서 무심히 흘러간 것을 나중에야 할게 된다. 어제 하루가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코치들을 위한 강의안 커리큘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이 있지만, 코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다시 시작한다. 자료를 찾고, 목차를 다듬고, 흐름을 정리했다. 그러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문장을 고치고, 주제를 바꾸고, 또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를 몰입했는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창밖이 흐릿한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하루가 어느새 저만치 흘러버렸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햇살이 어떻게 창문을 두드렸는지, 바람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노트북 화면 속 커서와 글자들만 바라보다가 정작, 내 주변의 작은 삶들은 놓쳐 버린 것이다. 도로가 아파트이다 보니 차가 지나가는 소리, 멀리서 웃음소리들, 장사꾼이 스피커를 통해 물건을 파는 소리들이 끊이지 않는데 듣지를 못했다. 그 모든 작은 순간들이 내 곁을 스쳤을 텐데,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밤이 되어 글을 쓰려하니, 허전함이 밀려온다. 열심히 준비하고 살아낸 하루지만, 왠지 하루가 통째로 빠져나간 듯한 기분은 무얼까? 분명 의미 있는 일을 했음에도, 마음 한 구석은 이상하게 비어 있는 곳간 같다. 생각해 보니, 하루 동안 나는 숨을 참고 있었던 것이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마음이 숨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밀려들어오는 햇살 한 조각, 살랑이는 바람 한 줄기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오로지 집중에 집중을 했음에도 허전한 마음은 해야 할 일을 완성하지 못해서 인지도 모른다.


내일을 위해 다짐을 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햇살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해야지.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잠시 멈춰 서야지.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많겠지만, 그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작은 순간들을 이번에는 꼭 붙잡고 싶었다. 숨을 참으며 버티는 하루가 아니라, 숨을 쉬는 하루를 살고 싶어서이다.


당신이 놓친 하루는 어떤 순간인가요? 창밖을 스치는 햇살 한 조각, 따뜻한 커피 향기,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지 못했나요? 혹시 느끼지 못했다 해도 괜찮다. 내일은, 조금 더 천천히 걸어가 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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