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를 위한 헌정 시
꼭지점
밤의 꼭지점
늙은 여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죽음이 맺힌 젖꼭지는 아직 잇자국이 선명하고
까만 사타구니는 여전히 깊고 부드럽다
늙은 여자는 자꾸만 마르는 샘이 야속하다
젊었을 때 여자는 키가 163센티였다
삶의 꼭지점
늙은 여자는 사내 둘과 계집 셋을 낳았다
사내들은 뜨거워졌고 계집들은 초경을 했다
그리고 막내가 초경하던 날
늙은 여자는 더 이상 붉지 못해 가슴을 쳤다
다시 밤의 꼭지점
여자는 몸을 웅크려 고단한 숨을 헐떡이고
어둠은 여자의 구멍을 메운다
잇몸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어둠
여자는 어둠을 가만히 씹는다
어느새 입가에 삐져나온 어둠이
세월이 패인 주름을 타고
여자의 머리카락에 엉겨 붙어 피어난다
그리고 여자는 따뜻하다
젊었을 때 여자는 키가 163센티였다
2020.10.01
Photo l © Udell Jimen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