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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27. 2024

매직 인 소그노 •7

•7



어느 햇살 좋은 날 남자는 소포를 받았다.

남자의 이름과 주소만 적혀 있는 서류봉투. 남자는 소포의 발신인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편물 전용 커터 칼로 밀봉된 서류봉투를 한 번에 쓱 그어 여는 남자. 남자가 반듯하게 잘린 봉투의 입구를 벌리고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꺼냈다. 얇고 새하얀 책 ≪매직 인 소그노≫. 남자는 책 표지에 그려진 신비로운 삽화가 마음에 들었다. 책 표지를 열자 첫 장에 보이는 익숙한 글씨체.


이 책은 우리를 향한 용서와 용기야.

고마웠어, 많이.


남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한 손에는 갓 내린 향긋한 커피를 반대편 손에는 여자의 책을 들고 소파로 향하는 남자. 남자는 푹신한 일인용 소파에 기대앉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밖의 푸른 호수 위로 창문 위에 반사된 남자의 오래된 피아노가 겹쳐 보였다. 한참 동안 호수 위에 떠 있는 피아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남자가 책장을 넘긴다.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섹스는 폭력적이야.”


그 하얀 방에서 A와 a는 동의했다. 여기엔 시계가 없어서 좋아, 다 거짓말 같잖아.







Photo l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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