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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Dec 06. 2019

나는 쑥스럽지 않은 작가가 되어간다.

작가 인생의 8할은 브런치. 두 번째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오늘의 기분
내 직업을 말하고 싶은 기분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작가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프리랜서 외주 작가로 활동하고 칼럼을 기고하던 그때의 나도 '작가'로 불렸지만 지금처럼 활짝 웃지는 못했다. 내 글을 쓰고 싶었다. 오롯이 나의 마음이 알알이 스며든, 누가 봐도 내 글이라는 걸 알아채는 대체 불가능한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 작가가 되려면 책상 앞에 앉아서 뭐라도 써야 했지만 읽어주는 이 없는 글을 적는 일은 지독히도 외로웠다. 경쾌하게 들리던 나의 타자 소리는 까만 밤 같던 외로움에 조금씩 템포가 느려졌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났다. 나를 작가라고 말해주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겼다. 정처 없이 떠돌던 이방인같던 나를 포근하게 불러주며 품어주었다. 나의 타자 소리는 조금씩 힘을 내며 시끄럽게 굴었다. 때로는 구슬프게 울기도 하고, 어떨 때는 까르르 사춘기 소녀처럼 웃었다. 힘이 폭 빠져 그만두고 싶어 이불속에 콕 박혀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똑똑' 두들기며 불러주는 이들이 있어서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나의 글들이 누군가의 가물었던 마음에 한차례 소나기를 쏟게 하다니! 그런 경험들은 계속해서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글을 쓰고 공유한다는 것은 그런 힘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글을 읽어주는 무명의 독자들과 함께 성장해갔다.


 첫 번째 책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는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 밖에 나왔다. 그렇게 원하던 진짜 '작가'가 되었지만, 나는 항상 끝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운이 좋았죠, 뭐." 어째서인지 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첫 책을 내놓았지만 나의 온전한 마음이 담긴 것 같지 않았다. '열심히'보다는 '잘보이고’ 싶어서 그랬을까. 결과가 푸르지 않아서 그랬던 것일까. 작가라고 말하기엔 스스로에게 여간 부끄럽고 쑥스러운 게 아니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이렇게 잊혀지는 작가가 되는구나 그런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책을 읽은 독자들의 진심어린 메시지를 받았다. 독자들이 보내온 글들은 단비가 되어 자신감을 잃고 메말라가던 내 마음 위로 촉촉하게 흩뿌려지고 있었다. 글로 위로를 받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나는 다시 힘을 내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다시 브런치에서. 내게 글 쓰는 행복을 전해줬던 그 브런치에서 다시 힘을 내었다.  나를 작가로 만들어준 독자분들의 응원을 자양분 삼아 이번에는 고마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 예전에는 작가로 불리는 게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깊은 여운이 담긴 글로 외로움에 고개 숙인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쓴다.


  글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충분히 고민하고 고민하며 두 번째 책을 집필했다. 지금은 사라진 위클리 매거진에서 연재 그리고 출간까지 한 책이니 나의 작가 인생의 8할이 무어냐 물으면 나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브런치다. 정확히 말하자면 브런치의 독자들일 것이다. 나를 작가로 만들어 준 것도,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도, 진짜 당당하게 작가라고 불리는 기쁨을 알게 된 것도 모두 다 글을 읽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준 무명의 독자들 덕분이니까. 누구에게 보이는 글이 아닌 진짜 '글맛'을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 무명의 독자들 덕분에 나는 쑥스럽지 않은 작가가 되어간다.



 

 * 두번째 책 출간 소식을 전합니다.

위클리 매거진에 연재했던 [55년생 현자씨의 두 번째 인생 찾기]가 새롭게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위에 썼던 것처럼 쑥스럽지 않은 작가가 되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인생을 찾길 원하는,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을 잊은 모든 이들에게 작은 미소를 전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어쩌다보니 엄마 이야기로 두 권의 책을 쓰게 되었는데, 세번째 책은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동안 우리 브런치로 자주 봐요. 고맙습니다.


키만소리(김한솔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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