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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Feb 05. 2020

한 줄의 문장이 내 마음의 부채로부터 나를 살게 한다.


 벌써 글쓰게 1기가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처음 모였던 어색했던 첫날이 기억난다. 어색한 공기에 마른입만 적시며 긴장된 마음으로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는데, 요즘은 글쓰게 시작 전까지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며 수다부터 시작한다. 테이블이 꽉 차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펜을 들고 글을 쓴다. 반가움이 물씬 묻어나는 그 루틴이 요즘 참 좋다.


 우리는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고 낭독했다. 차마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았던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지런히 펜을 들었다. 누군가는 편지를 썼고, 또 다른 이는 단편 소설을 썼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인생을, 또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꺼냈다. 쉽게 증발할 수 있는 2시간을 모아 모아 우리는 네 편의 글을 짰다. 혼자라면 나오지 않았을 글이었다. 함께 모여서 글을 쓰는 것은 큰 힘이 있었다.



 누군가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글을 쓴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편안하게 앉아서 글을 쓴다고 말한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을 데이고 세상에 치이며 산다. 직장에 쪼들리고, 발 끝까지 밀려오는 조급함에 마음이 번번이 체해서 숨 한 번을 편안하게 내쉬지 못한다. 그래서 펜을 든다. 눈치 보지 않고 숨 한 번 크게 내쉬기 위해. 조금씩 적다 보면 어느새 철썩철썩 파도가 치는 바닷가 앞에 있는 것처럼 후련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였던 단어 하나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이해로 숨을 쉬어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것처럼 때론 우리의 마음이 적힌 한 줄의 문장이 내 마음의 부채로부터 나를 살게 한다. 빈 종이를 빼곡하게 채우는 시간들이 모여 나를 일으킨다.


 만인에게 읽히는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유명인사의 자서전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는 편안하게 내쉴 수 있는 숨을 모으기 위해서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우리가 내쉬었던 작은 숨들이 모여, 언젠가 우리의 여유가 되는 날을 고대해본다. 


시간 내어 글을 쓰러 와주셔서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께 글을 쓸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키만소리 (김한솔이)

2년간 남편과 세계 여행을 하다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곳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만들었다.

여행자에서 이제는 작가와 글방 에디터,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다.

제3회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를 출간했다.

세계 여행하면서 받은 엄마의 메일을 엮어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를 출간했다.

다수의 작품을 그리고 쓰며 활발히 연재 중이다.

인스타그램 @k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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