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 in the rain!

한장여행그램 017. From Swiss, Interlaken

by 키만소리
23.jpg


한장여행그램. 017 Sing in the rain!


여행을 하다 보면 항상 맑게 개인

하늘만 볼 수 없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만나는 날은 노래를 부르자.

sing in the rain!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준비됐어?"

"이게 정말 최선일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자 셋 하면 뛰는 거야. 하나, 두울, 셋!"


아다다 다다다! 이 소리는 빗속을 향해 뛰어드는 두 여자의 한이 깃든 비명소리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알프스 산맥이 그림처럼 보인다는 인터라켄에서 일어난 일이며, 사건 경위는 이렇다.



-사건 발생 3일 전



"와! 사진보다 더 멋있어!"


기차를 타고 스위스 국경을 넘는 순간, 엽서에서나 보았던 스위스의 그림 같은 절경이 시작되었다. 스위스에 머무는 기간은 총 4일.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스위스의 무서운 물가와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사흘이라는 기한을 둘 수밖에 없었다. 여행일 수가 부족하기에 이 곳에서 할 일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왔다. 바로 융프라우에서 신라면 먹기와 패러글라이딩!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해 스위스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의 기대를 싣고 기차는 성실하게 바퀴를 굴리며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오 쉣!"


이런 감탄사가 나오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황홀한 관경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와 믿을 수 없는 처참한 관경이 나를 덮쳤을 때. 눈치챘겠지만, 우리는 후자였다. 아까 기차에서 잠깐 만난 스위스의 절경은 한 여름의 꿈인가, 만약 그게 꿈이었다면 깨지 말 걸. 꿈으로 다시 도망가고 싶었지만, 인터라켄의 자비 없는 추위가 현실임을 알게 해 주었다.



스위스에 머문지 이틀이 지났다. 우리의 오전 일과는 늘 창문 앞에서 시작되었다. 알프스 산맥의 얼굴이 보일까 노심초사, 집 떠난 아들이 돌아올까 대문만 바라보는 노파처럼 간절함을 담아 해를 기원했다.


"스위스는 삼일 비가 내리고 사흘 맑고 그러길 반복해요. 미안하지만 내일은 더 많은 비가 내릴 거예요"


하루 종일 창문만 바라보며 희망고문당하는 우리가 불쌍했는지 숙소 매니저는 날씨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러면 우리는 어쩌죠, 물으니 그는 어깨를 들었다 내리면서 핫초코 마실래요? 스위스는 초콜릿이 유명해요. 라며 부엌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숙소에 갇혀 이틀이 지나갔다.




-사건 당일


"더는 안돼! 이렇게 스위스를 날릴 수 없어! 강행군을 시작한다"


스위스의 마지막 날, 우리는 여행 사망 선고를 인정하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제군들 껴 입을 수 있는 옷들을 모두 입어라, 비록 그 모양새가 우스꽝스럽고 굴욕적인 패션 테러리스트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입어라. 양말은 두 겹 신어라. 그리고 양말 안에 바지를 넣어라. 어허,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집어넣도록 하여라.


그렇게 스위스 자연경관을 헤칠 두 명의 패션 테러리스트가 탄생했다. 우리는 예비용으로 가져온 우산을 꺼내고 비장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숙소 매니저의 '어딜 가는 거니, 이런 날엔 거실에 앉아 핫초코를 마시는 게 좋다니깐'의 만류를 뒤로 한 채, 우산을 펼쳤다.




"준비됐어?"

"이게 정말 최선일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자 셋 하면 뛰는 거야. 하나, 두울, 셋!"



사건을 바로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비 오는 스위스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렇다면 비 오는 스위스를 온몸으로 즐겨주겠다고 결심했다. 지도 없이 우리는 빗 속을 뛰어다녔다. 사실 지도가 있었는데, 비에 젖어 1시간도 버티지 못하며 장렬히 전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포인트만 잊지 않으면 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리고 길이 알려주는 대로 떠나 보자. 그렇게 우리의 진짜 스위스 여행은 시작되었다.


먹구름 속에 숨어있던 스위스의 작은 마을들이 우릴 반겨주었고, 차 타고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메에-하고 우는 염소와 인사도 나누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비 오는 캠핑장의 낭만도 만끽했다. 아마 거실에 앉아 핫초코를 마셨다면 알 수 없었을 거야. 운동화가 홀딱 젖어버렸고, 비록 양말에서 꼬릿한 냄새가 올라와도 빗 속을 걷는 지금이 더 백배 즐거워.


"우리 꼭 그거 같지 않니?"

"빗속의 광년들?"

"음, 어 그것도 맞긴 한데, 내가 말하는 건 외국 남자가 비 오는데 노래 부르고 막 즐거워하는 영화. 우리 꼭 그거 같아."

"영화 Sing in the rain? 근데 그 남자는 여자랑 입 맞추고 기뻐서 빗 속에서 노래 부르잖아. 우린 불쌍한 솔로라 애초에 출발점이 달라."

"솔로면 어때. 빗 속에서 기분 좋아서 노래 부르는 건 똑같은걸."




맞다. 즐거우면 그걸로 괜찮잖아.


여행을 하다 보면 늘 맑게 개인 하늘을 만날 수 없다. 때론 하늘이 원망스럽게 비가 쏟아지고 구름이 해를 가져가 버리기도 하지. 그럴 땐 좌절하지 말고 오히려 노래를 부르자. Sing in the rain. 이 노래가 분명, 우리를 즐겁게 해줄 테니깐.




+한장여행그램, 조금 더 엿보기



IMG_8730.jpg 알프스 산맥이 모두 안개에 가려졌지만, 그래도 푸릇푸릇함을 숨겨질 리 없다.


SAM_6720.jpg 장난감 기찻길 세트를 선물 받는다면 이런 모습일까.


SAM_6748.jpg 길을 벗어나서 마음가는대로 걷다보면 예상치 못한 친구도 만나게 된다. 안녕? 메에-


SAM_6528.jpg 비가 오는 바람에 호수 앞에 요트들은 모두 영업종료. 고객님들 다음에 만나요.


SAM_6739.jpg 패션테러리스트, 찾았다 요놈들.


SAM_6786.jpg 부끄러운거니? 아무리 기도해도 너의 얼굴을 좀처럼 볼 수 가 없구나


IMG_8617.jpg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하얀색 안개 낀 하늘만 봐야했다.


SAM_6732.jpg 그래도 Sing in th rain!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저와 함께 여행하실 분들은 '한장여행그램'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티켓팅 해주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onegram

keyword
이전 16화첫사랑은 봄과 함께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