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기적이 있는 나라

한장여행그램 019. From Italy, Sorentto.

by 키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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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여행그램 019. 커피의 기적이 있는 나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게스트 하우스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당신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온다면

확률은 100%다.



믿을 수 없어!


에스프레소 잔에 갓 추출한 커피와 도넛에서 아침 혁명이 시작됐다. 유럽 여행의 고된 피로를 한 방에 씻어주는 듯한 궁극의 향과 부드러운 맛. 그리고 쫄깃한 도우의 깔끔한 마무리까지. 10개국을 넘게 여행을 다니면서 먹었던 조식들이 모두 형편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먹었던 토스트와 잼들은 여행자의 주린 배를 잠재우기 위해 그저 질기게 구워진 빵과 설탕 조림이었고, 내가 마셨던 커피들은 그저 아침잠을 쫓아내기 위해 마시는 안쓰러운 행동에 지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내 앞에 놓인 커피와 도넛은 가히 최고의 맛을 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충격의 맛을 준 조식은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소렌토라는 작은 소도시의 작은 숙소에서 내어준 아침이었다. 1층에 준비된 카페에서 아침 먹으면 돼, 아주 맛있을 거야 라고 말하는 매니저에 말에 토스트나 시리얼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알겠다고 대답했었다. 맛있어봤자 숙소에서 주는 조식일 텐데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내려온 카페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고, 어제의 매니저에게 시큰둥하게 반응한 과거의 내가 미워졌다.



설탕 한 올 없이 싹싹 긁어먹은 그릇과 빈 컵을 직원에게 돌려주면서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까맣게 그을린 피부의 여자 직원이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언제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여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다음 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언제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소렌토를 떠나 다시 로마로 떠나야 하는 날이 왔다. 배낭을 메고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1층 카페로 내려왔다. 오늘도 여전히 까만 피부의 여직원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었다.



"안녕, 나는 오늘 로마로 돌아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어."

"돌아가는구나. 로마에서도 물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거야."

"알아. 이탈리아에서는 늘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지.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야."

"왜?"

"이탈리아를 떠나면 난 이제 형편없는 아침을 먹어야 하잖아."



여직원은 하얀 이를 보여주며 웃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널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라며 마지막 커피를 건네주었다.



"내 작별 선물이야. 널 위해 특별히 더 맛있게 내렸어"



마지막으로 마신 이 커피의 맛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의 기적을 말로 설명하기엔 내 글쓰기 실력이 턱없이 초라했다.



나는 그 후로 여행을 하며 다양한 커피를 마셔봤지만 소렌토에서 만난 커피의 맛을 뛰어넘은 적이 없었다.



그때, 알았다. 이탈리아가 품고 있는 커피의 기적을. 이탈리아를 여행했던 과거의 나는 무지하게도 이탈리와 커피를 연결시키지 못했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가 지금 흔히 알고 있는 커피 용어들이 모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마키아토 등등. 만약, 지금 다시 이탈리아에 간다면,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 번 이탈리아의 골목에 위치한 커피숍 투어를 다니고 싶다. 잠을 못 이뤄도 좋다. 허름한 커피숍에 들어가도 최고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이탈리아에서 커피투어를 한다는데, 그 까이 잠, 며칠을 못 이뤄도 괜찮다.



잠자는 걸 양보할 만큼 최고의 커피 맛을 선사해준 이탈리아에 스타벅스 1호점이 생긴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이탈리아의 커피 맛을 흉내 낸 것이 스타벅스인데, 과연 이탈리아에서 성공할까? 혹은 이탈리아에서도 이제 스타벅스를 마실 수 있구나. 신난다. 이렇게 두 가지의 반응이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스타벅스의 불패신화는 이탈리아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을까, 그렇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 그 자부심은 모두 '전통'에서 힘을 끌어온다. 그들의 전통은 축구, 커피, 식문화 등등 삶을 지탱하는 다양한 요소로 퍼져있다. 그래서 좀처럼 자신들의 전통 앞에서는 콧대를 낮추지 않는다.



허름한 커피숍에 들어가도 최고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말. 이 말을 우리나라 식으로 되풀이해보면,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도 최고의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실제로 지방의 작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시켜도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사람들이 김치찌개를 잘 끓여서가 아니라, '김치' 그 자체의 전통이 주는 믿을 수 있는, 보장할 수 있는 맛이 있다는 걸 뜻한다. 일본 사람이 김치찌개를 흉내 내서 만든 김치찌개 식당이 명동에 오픈하면 누가 그곳에 가겠는가.



김치와 스타벅스, 정확한 비교는 아니겠지만, 아마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그래서 아무리 유명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은 스타벅스지만, 적어도 이탈리아에서는 힘을 못쓰지 않을까? 힘을 못썼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위상은 너무나 글로벌해서 이탈리아에서도 충분히 잘 살아남을 거라 예측해본다. 내 최고의 커피를 있게 해 준 이탈리아의 자부심 강한 사람들이 만드는 맛있는 커피가 혹여나 상업적인 브랜드에 밀려 조금이라도 사라질까 싶어 참 조마조마하다. 쉽게 무너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내가 이탈리아 커피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일개 여행객인 나도 이렇게 반하는데, 일평생을 살아왔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보다 더 사랑하고 있을거야. 그러니 걱정없어도 괜찮겠지. 조만간 꼭, 다시 한번 마시러 갈게. 그 때까지 맛 변치말고 있어주렴.





+한장여행그램, 조금 더 엿보기


SAM_6158.jpg 내게 최고의 커피를 가져다 준 소렌토의 흔한 풍경.



SAM_6213.jpg 숙소를 나와 해변으로 걸어가기 위해 항상 이 주택 길을 지나가야했다.




SAM_6308.jpg 산의 능선을 따라 집이 지어졌다. 역시 사람은 위대해.





IMG_8488.jpg 역시 파스타의 본고장, 커피도 최고! 파스타도 최고!





SAM_6497.jpg 젤라또를 빼놓으면 섭하지. 이탈리아는 진짜 살이 찐다. 안 찔 수 가 없다. 흑흑




IMG_8127.jpg 내가 그동안 먹은 파스타는 가짜 파스타라는 걸 알려줌.






한 장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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