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음료 속 작은 함정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더운 날씨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고, 눈에 띄는 무알코올 맥주 하나를 집어 들게 되는 날. 마셔보면 은근히 맥주 같은 청량감이 기분 좋게 퍼진다.
분명 ‘제로’라고 쓰여 있었고, ‘논알콜’이라 안심했건만, 잠시 후 음주단속 감지기가 울리는 황당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그건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는데 단속에 걸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나도 믿기지 않았다. 단순한 기계 오작동일 거라 생각했지만, 진짜 원인은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이나 음료 속에 있었다.
특히 여름이면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진다. 무알코올 맥주, 식혜, 발효빵, 심지어 배 맛 아이스크림까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이 음식들 속에는 아주 미세하지만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혹은 입안에서 발효되며 잠시 알코올을 생성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이 느끼지도 못할 만큼 적은 양이지만, 음주 감지기 앞에서는 그 미세함마저 문제로 작용한다.
기억나는 날이 있다. 친구와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던 날, 더위에 지쳐 편의점에서 ‘0.00’이라고 적힌 맥주를 집어 들고 마셨다. 분명 음료라 생각하고 마신 건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뒤로는 물을 한 컵 더 마시고, 시간을 벌며 천천히 운전대를 잡았다. 알고 보니, 국내 주세법상 1% 미만의 알코올은 음료로 분류되지만, 그 0.05%도 민감한 기계 앞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였다.
특히 막걸리로 만든 떡, 이스트로 부푼 빵, 전통 식혜 같은 발효 음식들 역시 마찬가지다. 배 맛 아이스크림조차도 가끔 단속 감지기를 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건 입안에 잠시 머무는 ‘잔류 알코올’ 때문. 체내 흡수 이전의, 말 그대로 입속에 남아 있는 향기 같은 것이다.
그래서 경찰청에서도 이를 고려한 지침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시점을 확인하고, 입 안의 알코올이 사라질 때까지 20분을 기다린 뒤에야 측정하는 것이 공식 절차라고 한다. 물로 입을 헹구고, 시간을 충분히 둔 후 측정에 응하면 억울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혹여 그런 상황을 마주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방금 먹은 음식이나 음료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좋은 대처다.
이제는 안다. 운전을 앞둔 시간엔 배 맛 아이스크림도, 시원한 무알코올 맥주도 잠시 미뤄야 한다는 걸. 아주 작은 알코올도, 때론 나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결국 중요한 건, 알고 있느냐의 차이다. 무심코 마신 한 잔이 억울한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오늘부터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마시자. 오늘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