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면 확인 가능한 현대·기아차의 숨은 기능
한여름, 운전석에 앉자마자 A/C 버튼을 눌렀는데 차 안을 채운 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뜨뜻미지근한 공기였다면? 상상만 해도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보통은 곧장 정비소로 달려가 “냉매를 충전해 달라”고 말하기 쉽지만, 원인이 전혀 다른 곳에 있다면 돈과 시간을 모두 낭비하게 된다.
현대·기아차 오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정비소로 향하기 전에 단 10초만 투자해보자. 대부분의 오토 에어컨 시스템에는 제조사가 숨겨둔 ‘자가 진단 기능’이 탑재돼 있다. 별도의 장비도 필요 없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차량 스스로 공조 시스템의 이상 여부를 알려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동을 걸고 공조기 조작부의 OFF 버튼을 누른 채 MODE 버튼을 4번 연속 빠르게 누르면 된다. 일부 최신 모델은 ‘바람 방향 버튼’을 같은 방식으로 눌러도 작동한다. 정상적으로 입력되면 디스플레이에 두 자리 숫자가 뜨는데, 이것이 바로 고장 코드다.
‘00’이 표시되면 정상. 하지만 다른 숫자가 나오면 해당 부품의 문제를 뜻한다. 예를 들어 11·12번은 실내 온도 센서, 13·14번은 외기 온도 센서, 19·20번은 온도 조절 액추에이터 이상을 의미한다. 즉, 찬 바람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 코드 19가 떴다면, 무작정 냉매 충전을 요구할 게 아니라 액추에이터부터 점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정확하다.
자가 진단을 통해 코드가 ‘00’으로 확인된다면 또 다른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바람은 나오지만 약하다면, 이는 고장이 아니라 에어컨 필터가 먼지로 막힌 단순 소모품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운전자 스스로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굳이 정비소를 찾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 기능이 모든 문제를 잡아내는 것은 아니다. 미세한 냉매 누설이나 컴프레서 손상 등은 여전히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차량이 알려준 코드 하나만 알고 있어도, 정비소에서 불필요한 점검을 줄이고 정확한 수리에 곧장 들어갈 수 있다.
올여름, 갑작스러운 ‘에어컨 무반응 사태’가 찾아온다면 당황하지 말자. 정비소로 달려가기 전에 내 차와 먼저 대화해 보는 것, 그 10초가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