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70%, 측면 40%… 기준을 모른 채 따라 하는 위험한 관행
운전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국민 썬팅 농도’. 전면 35%, 측면 15% 조합은 햇빛을 막고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치 공식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 익숙한 선택은 도로교통법이 명확히 금지하는 불법 행위다. “다들 하니까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 사실은 나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치된 관행인 셈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가시광선 투과율(VLT)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전면 유리는 70% 이상, 1열 측면 유리는 40% 이상 빛을 투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국민 농도’는 법적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 적발 시 승용차 기준 2만 원 과태료와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지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위험은 가시성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 발생한다. 교통안전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가시광선 투과율 35% 필름은 법적 기준인 70% 필름에 비해 야간 보행자 인지 거리를 최대 30%까지 단축시킨다.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보행자, 어두운 터널 속 장애물을 더 늦게 발견한다는 의미다. 비 오는 밤이라면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사고 발생 시 불법 썬팅은 운전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온다. 보험사와 경찰은 짙은 필름을 ‘전방주시 태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판단한다. 이 경우 과실 비율이 높아져 수천만 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교통안전공단의 정기검사에서 투과율 미달은 예외 없이 ‘부적합’ 판정으로 직결된다.
일각에서는 “사생활 보호와 열 차단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지만, 이는 오래된 변명에 불과하다. 최신 세라믹·카본 필름들은 투과율 70%의 밝은 농도에서도 적외선 차단율 90% 이상을 기록한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데도, 단지 어둡게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불법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썬팅은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다. 단속을 피하는 문제가 아니라, 도로 위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기본 안전 규칙이다. 내 차 창문을 다시 들여다보자. 무심코 선택한 그 짙은 필름이 나와 가족을 위협하는 ‘침묵의 흉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