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세대 X5 전기차에 레인지 익스텐더 탑재... 충전 불안 대응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주행거리 불안은 여전히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고 있고, 제조사들은 더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통해 이 불안을 해소하려 애써 왔다. 하지만 BMW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방식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차세대 X5 전기차에 ‘작은 엔진’을 부활시킨 것이다.
BMW가 차세대 전기 X5에 도입하기로 한 기술은 바로 레인지 익스텐더(REx)다. 이는 과거 BMW i3에 적용됐던 시스템으로, 기본적으로 차량은 100%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며, 내연기관은 오직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수행한다.
일반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달리, REx는 바퀴를 굴리지 않고 전기차의 순수한 주행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배터리가 부족할 때 내연기관으로 ‘비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실질적인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전략은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더딘 현재 상황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BMW의 고심 어린 ‘브릿지 전략’으로 평가된다.
BMW가 REx를 다시 꺼내든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 복원이 아닌 소비자 심리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i3 REx 오너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실제 엔진 사용 빈도는 5% 미만이었지만, 무려 90% 이상의 사용자가 ‘비상 시 언제든 주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안도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충전 인프라가 불충분한 지금, 이 심리적 안정감은 기술 스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2025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보다도 충전 불안이라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제조사들은 더 큰 배터리를 탑재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무게 증가와 원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행거리를 150km 늘리기 위해 필요한 추가 배터리 용량은 약 25kWh, 무게는 180~200kg에 달하고 비용 역시 수백만 원에 이른다.
반면, BMW가 채택한 소형 REx 시스템은 약 100~120kg 수준의 무게와 더 낮은 비용으로 동일한 ‘비상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일상은 전기만으로 커버하고, 장거리 운행은 REx가 보조하는 구조는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BMW의 REx 부활은 단순한 기술의 회귀가 아니다. 이는 전기차 보급률이 정체된 지금, 소비자의 심리와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은 전략이다. 비록 ‘작은 엔진’이라는 구형 기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선택은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고도화된 접근이다.
만약 BMW의 이 전략이 소비자에게 통한다면, 이는 전기차 시장 전체에 파급력을 미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술의 방향이 아닌 ‘소비자의 마음’을 겨냥한 BMW의 역발상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