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줄이 위태하다” 일본은 기본인데, 한국만 외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사고방지 85%임에도 국내 보급률 ‘0.01%'

by 오토스피어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1.jpg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급발진’은 운전자들에게 공포의 단어다. 그러나 실제로 사고의 대부분은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실수, 즉 페달 오조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급발진으로 신고된 사고 중 85%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오조작 사고였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한국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사고의 85%, 알고 보니 ‘사람’ 때문이었다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2.jpg 자동차 페달 오조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로 분석된 401건 중 341건이 운전자의 페달 착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60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전체의 80%에 달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예측 불가능한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고령자 비율이 급증하는 한국에서 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인정한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4.jpg 일본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 사진=토요타 공식 유튜브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장치가 바로 ‘페달 오조작 방지 시스템’이다. 차량 전후방 센서가 장애물을 인식한 상태에서 급가속 시, ECU가 이를 오작동으로 판단해 엔진 출력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이미 국제 안전 기준으로 채택되었고, 일본에서는 사고 예방 효과를 입증하며 신차 93.8%에 기본 장착될 정도로 보급이 활발하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28년부터 신차 의무 장착을 법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은 왜 여전히 ‘무방비’ 상태인가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3.jpg 캐스퍼에만 탑재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 사진=현대자동차


놀랍게도 이처럼 검증된 기술이 한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전국 등록 차량 2,500만 대 중 해당 장치를 탑재한 비율은 고작 0.01%. 국산차 가운데 이 기능을 기본 탑재한 모델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한 대뿐이다. 정부의 지원도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무상 설치를 지원한 고령 택시 기사는 단 60명, 올해 상반기 지원도 전국 200명 수준에 그쳤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지원으로 인해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아예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비싼 비용, 외면받는 고령자… 해법은 정책뿐이다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5.jpg 자동차 페달 오조작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급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설치 비용이다. 애프터마켓을 통한 장치 설치에는 약 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정부의 직접 지원은 전무하고, 일부 지자체의 보조금도 한정적이다. 고령 운전자들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부담스러운 비용에 결국 설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제기준 채택 이후 기존의 입장을 바꿔,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해당 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늦었지만 중요한 변화다.


Pedal-misoperation-prevention-device6.jpg 자동차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급발진이 아니라 ‘오조작’이라는 사실은 이미 수치로 입증됐다. 그리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한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이를 인정하고 빠르게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엔 사고의 대가는 너무 크다.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문제다. 더는 늦기 전에, 이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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