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땅인데?"… 주차 막아도 견인 못 하는 현실

사유지 무단주차에 속수무책… 경찰도 지자체도 손 못 대는 법의 사각지대

by 오토스피어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5.jpg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아침, 자신의 집 앞마당이나 상가 주차장에 낯선 차량이 버젓이 주차돼 있다면? 자연스럽게 경찰에 신고하게 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뜻밖이다. “사유지라 강제 견인은 불가능합니다.”


상식을 뒤엎는 이 상황, 사유지 무단주차는 피해자가 뻔히 있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다. 경찰도 지자체도 손 놓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구조 속에서, 시민의 재산권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내 땅에서 무단주차를 당해도, 견인은 불가능하다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2.jpg 주차위반단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유지 무단주차는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조차 무력화시키는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접수된 ‘사유지 주차 민원’은 7만 6천 건을 넘었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단속 근거 마련에 찬성할 정도로, 이는 일상의 불편을 넘어선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문제의 핵심은 도로교통법에 있다. 현행법상 ‘도로’에서의 교통 질서 유지만을 규정하고 있기에,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 같은 사유지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즉, 불법 주정차로 인한 과태료나 견인 조치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피해자만 불리한 '3대 불능' 현실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3.jpg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유지 무단주차 문제의 심각성은 '피해자만 무기력한 구조'에 있다.


첫째, 경찰의 개입 불능이다. 사유지는 민사 영역으로 분류돼, 경찰은 단순 연락이나 이동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법적 강제력은 행사할 수 없다. 차주가 연락을 끊고 버틴다면, 경찰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둘째, 토지 소유자의 견인 불능. 내 땅이라도 함부로 견인하다 차량에 흠집이라도 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위험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견인업체는 사유지 견인을 거절한다.


셋째, 민사소송의 실효 불능이다.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지만,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 등 소송 비용이 피해액보다 더 들 수 있다. 수개월의 시간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대부분은 소송을 포기하고 만다.


법안은 매번 발의됐지만, 여전히 제자리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4.jpg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허영, 민형배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은 아파트나 상가처럼 반복적인 무단주차가 발생하는 사유지에서, 관리자가 지자체장에게 행정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차주의 재산권 침해 논란과 다른 쟁점에 밀려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거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실적인 입법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정작 제도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은 '표지판과 차단기'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1.jpg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법이 바뀌기 전까지 사유지 소유자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해야 할까? 다행히도 일부 예방 조치는 가능하다. 핵심은 ‘적극적 의사 표시’다.


‘사유지 무단주차 시 견인비, 보관료, 법적 조치 비용 청구’ 등 구체적 문구가 담긴 경고 표지판을 명확하게 설치하면, 차주가 그 내용을 인지하고도 주차했을 경우 향후 법적 분쟁에서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완전한 법적 보호는 아니지만, 경찰이나 법원이 상황 판단을 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물리적 장치인 차단기나 볼라드 설치 역시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특히 상시 주차 통제를 위해서는 차량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구조물 설치가 가장 확실한 예방 방법으로 꼽힌다.


지금은 법의 공백, 그러나 변화를 요구할 때

Unauthorized-parking-on-private-property8.jpg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유지 무단주차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합법적 무법행위’다. 경찰도, 지자체도 적극 개입할 수 없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피해자는 사실상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문제는 단순한 주차 갈등이 아닌, 공동체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구조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의 대응이 아닌, 명확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다. 사유지는 ‘내 땅’이 맞다. 그 권리가 실제로 지켜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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