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 절반인데 왜?”… 미국이 열광한 '이 차'

현대차 아이오닉 9, 한국보다 미국서 2배 더 팔린 배경과 이면의 고민

by 오토스피어
Hyundai-Ioniq-9-Popular-in-the-US-Market1.jpg 현대차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가 내놓은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 E-GMP 플랫폼의 결정판으로 불리며 2025년 2월 출시된 이 차량은, 출시 6개월 만에 예상치 못한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 늦게 판매를 시작한 미국 시장에서 무려 두 배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증명한 이 수치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뼈아프다. 아이오닉 9의 이중적인 성적표는 현대차의 노련한 글로벌 전략과 함께, 국내 시장의 신뢰 부족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다.


IRA 타고 비행한 미국 시장, ‘현지 생산’이 만든 역전극

Hyundai-Ioniq-9-Popular-in-the-US-Market2.jpg 현대차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의 글로벌 돌풍은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출발했다.


현대차는 처음부터 아이오닉 9의 핵심 시장을 미국으로 설정하고, 생산까지 현지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단지 물류나 마케팅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었다.


현지 생산으로 IRA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 아이오닉 9은,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실질적인 구매 가격을 5만 달러 초반까지 낮추는 효과를 만들었고, 경쟁 전기 SUV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만약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됐다면 관세 부담에 IRA 혜택 미적용까지 더해져, 약 2,000만 원가량 비싸게 판매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대차는 ‘공장 이전’이라는 과감한 선택으로 가격의 벽을 허물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ICCU 논란의 그림자,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

Hyundai-Ioniq-9-Popular-in-the-US-Market3.jpg 현대차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아이오닉 9이 태어난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가장 큰 걸림돌은 'ICCU'라는 이름의 불신이다. 비록 아이오닉 9에서는 아직 해당 결함이 직접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지만, 아이오닉 5, EV6 등 기존 E-GMP 모델에서 발생했던 주행 중 동력 상실 문제가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대차가 무상 수리와 보증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놨음에도, “ICCU 터질 차”라는 인터넷 밈이 여전히 회자될 정도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특히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오닉 9에 대한 이런 인식은, 구매 결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높아진 가격과 전기차 피로감, 국내 소비자 발길 멈추게 해

Hyundai-Ioniq-9-Popular-in-the-US-Market4.jpg 현대차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의 또 다른 국내 시장 장애물은 가격이다. 국내 기준 6,7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이 차량은, 검증된 내연기관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 2,000만 원 이상 비싸다.


같은 브랜드 내에서 강력한 대체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전기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는 소비자에게 분명치 않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 부족, 고전 중인 중고차 가치 등 전기차 전반에 대한 피로감까지 더해지며, 수요 증가세 자체가 정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대중성과 괴리감이 있는 디자인 역시 소비자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다. 미래지향적인 외관은 신선하지만, 과감한 디자인 언어는 보수적인 국내 SUV 시장과는 온도차가 크다는 평가다.


아이오닉 9, 성공적인 글로벌 전략… 하지만 내수 회복이 진짜 성공

Hyundai-Ioniq-9-Popular-in-the-US-Market6.jpg 현대차 아이오닉 9 / 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전략이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보호무역 장벽을 뚫기 위한 현지화, IRA 혜택을 고려한 생산라인 전략, 기아 EV9의 교훈을 적극 반영한 선제적 대응 등은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성공’이었다.


하지만 진짜 승리는 미국 판매량 그래프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현대차가 직면한 진짜 과제는, 아이오닉 9의 고향인 한국 시장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있다.


기술적 결함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끄고, 가격·상품성·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와의 감성적 소통을 회복하지 않는 한, 이 플래그십 전기 SUV의 성공은 절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오닉 9의 앞날은 밝다. 하지만 그 빛이 진짜 전 세계를 비추기 위해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할 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기 내 땅인데?"… 주차 막아도 견인 못 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