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사고, 전조등·와이퍼부터 사이드미러까지 ‘기본기’가 생명이
비 오는 날 도로 위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다르다. 시야는 좁아지고, 노면은 미끄럽다. 이런 날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사고는 단순한 ‘불가항력’이 아니라 운전자들의 잘못된 습관과 착각에서 비롯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비 오는 날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맑은 날보다 약 1.3배 높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빗길 운전, 어떤 점을 놓치고 있었는지 지금 확인해보자.
요즘 차량에는 전조등과 와이퍼를 자동으로 작동시켜주는 ‘AUTO’ 기능이 기본처럼 탑재돼 있다. 그러나 비가 오더라도 밝은 낮에는 조도 센서가 전조등을 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직접 전조등을 켜야 한다. 낮에도 하향등을 켜는 것은 도로교통법상 의무사항일 뿐만 아니라, 앞차와 뒤차에게 내 위치를 정확히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와이퍼 또한 마찬가지다. 자동 모드에만 의존하지 말고, 폭우 시에는 직접 ‘HIGH’ 모드로 전환해 시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 오는 날의 기본은 ‘자동 기능이 아니라 수동 조작’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방에 집중하다 보면 후방과 측면 시야는 쉽게 놓치게 된다. 비가 오면 사이드미러와 뒷유리에 금세 물방울이 맺히는데, 이를 방치하면 차선 변경이나 후진 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차량에 기본 탑재된 ‘사이드미러 열선’ 기능은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맺힌 물방울을 빠르게 증발시켜, 선명한 후측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SUV나 해치백 차량을 운전한다면, 리어 와이퍼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빗물과 흙탕물로 가려진 후방 시야는 즉각적인 조작으로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안전 운전의 기본이다.
빗길 운전에서는 평소보다 더 빨리, 더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 핵심이 바로 방향지시등이다. 시야가 흐려진 상황에서는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깜빡이 없이 차선을 변경하는 행위는 연쇄 추돌을 부를 수 있다.
비 오는 날 방향지시등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언어’다. 특히 고속도로 또는 교차로 근처처럼 반응 시간이 중요한 구간에서는 방향지시등의 조작 타이밍이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내 행동을 더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결국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드드득’ 소리와 함께 유리 위에 물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면, 당신의 와이퍼 블레이드는 이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와이퍼 고무는 자외선, 먼지, 온도 변화에 쉽게 경화되어 수명이 짧은 부품 중 하나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은 교체해야 하며, 유리창의 오염 상태가 와이퍼 마모를 가속시키는 경우도 많다. 운행 전 간단한 유리 세정과 함께 와이퍼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은, 비 오는 날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쉬운 예방책이다.
비 오는 날의 사고는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니다. 전조등 하나, 와이퍼 한 번의 조작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동들이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AUTO 기능은 보조일 뿐, 진짜 운전자는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 오는 날엔 평소보다 느리게, 더 멀리 보고, 더 먼저 신호하라. 안전운전의 기본에 충실한 습관 하나하나가 당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