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발 아래에도 기록이 필요해진 시대
고령 운전자가 연루된 차량 사고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마트 주차장에서, 식당가 앞에서, 혹은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이 갑자기 돌진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운전자가 정말 브레이크를 밟았을까?”
정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록’에서 찾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정책에 따라, 자동차 페달에 ‘영상 기록 장치’를 설치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페달 블랙박스’다. 이제는 차량 앞유리에 달린 블랙박스처럼, 발 아래에도 기록이 필요해진 시대다.
페달 블랙박스는 브레이크와 엑셀 조작을 영상으로 저장하는 장치다. 운전자의 실수인지 차량의 결함인지 분간이 어려웠던 사고들도, 이 장치를 통해 명확한 증거를 남길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며, 운전자는 억울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장치를 설치하면 보험료가 할인된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차선 이탈 경고나 자동 긴급제동 기능처럼 안전 장비를 갖춘 차량엔 보험료 할인 혜택이 적용됐지만, 페달 블랙박스가 그 목록에 새로 추가된 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발적인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처벌이 아닌 인센티브로, 위험을 줄이려는 방식이다.
그 배경엔 분명한 데이터가 있다. 최근 5년간 보고된 페달 오조작 사고만 해도 만 건을 훌쩍 넘는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운전자의 말과 달리, 실제론 엑셀을 밟고 있었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중 39%는 60대 이상의 고령 운전자였다.
점점 더 많은 운전자가 고령화되는 지금, 그들의 안전을 ‘감’이 아닌 ‘기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관령 휴게소 사고처럼 피해가 큰 사고일수록, 명확한 증거와 예방 장치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페달 블랙박스는 단순한 장비를 넘어, 기술이 안전을 이끄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물론 설치 여부는 여전히 선택이다. 하지만 선택지에 보험료 할인이라는 ‘작은 당근’이 더해졌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쉽게 안전 쪽으로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
운전이라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영역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며 시야가 좁아지고 반응 속도가 느려질 때, 기술은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다.
페달 블랙박스가 그 역할을 시작한 지금, 우리 모두가 그 변화에 조금 더 귀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