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여파와 파생형 한계, 미국 시장 철수로 전기차 전략의 방향 전환
제네시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브랜드 최초의 전기 세단이자 상징적인 모델이었던 G80 전동화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단순한 단종이 아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현실과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 전략적 철수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더욱 주목된다.
글로벌 판매량 단 57대라는 냉혹한 수치는, 전기차 시대에 파생형 모델이 마주한 벽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네시스는 최근 G80 전동화 모델을 미국 홈페이지에서 조용히 제외시켰다. 공식적인 단종 발표 없이 이루어진 이 조치는, 사실상 시장 철수 선언이다. 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보조금 제외와, 향후 고율 관세 가능성이 겹치며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현실이 있다.
출고가만 74,375달러였던 이 차량은 보조금 혜택이 없다면 8만 5천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소비자 앞에 서야 했고, 이는 미국 현지 생산에 보조금까지 받는 캐딜락 리릭과 비교해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
G80 전동화 모델은 내연기관 기반 플랫폼(M3)을 바탕으로 제작된 전형적인 ‘파생형 전기차’다. 기술적으로도, 성능과 제원 측면에서는 준수했지만, 전용 플랫폼 전기차가 당연시되는 시대에선 그 자체가 약점이었다.
무게 배분의 한계, 실내 공간 활용의 제약, 남아있는 센터 터널 구조 등은 고급 전기 세단을 찾는 소비자에게 분명한 불만 요소였다. 실제로 같은 기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GV60이 미국 시장에서 1,000대 이상 팔린 반면, G80 EV는 글로벌 수출량이 고작 57대에 그쳤다.
G80 전동화 모델의 철수는 단지 한 모델의 실패가 아니라, 제네시스가 전기차 전략을 다시 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존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파생형 EV에서 벗어나, GV60과 같은 전용 플랫폼 기반 SUV 모델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품 라인업 조정이 아니라, 미국 현지 생산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향후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직접 생산되는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보조금 요건을 충족시켜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의 조용한 퇴장은 전기차 시장의 냉정한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아무리 뛰어난 제원을 갖췄더라도, 소비자들은 ‘전용 플랫폼 기반의 경쟁력’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제네시스는 이 실패를 통해 더 강력하고 명확한 방향을 설정했다. 파생형 전기차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용 플랫폼 중심의 전동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이제 제네시스는 더 깊은 고민과 진화된 모델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지금의 후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