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행운
모두가 다 나의 것이 아니니 손아귀의 힘을 빼고
내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누구의 것이 되어 이리도 어렵게 몸과 마음을 사용하면서 사는지 가끔은 그 주인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날을 잡아 열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도착해 그곳에 뭔가를 묻어두고 다시 돌아옵니다.
묻어두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입니다. 그것들을 묻고 묻어 작은 동산을 이루면 나는 그것들을 묻었다 하지 않고 가졌다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묻어두는 일은 모두 결핍에서 옵니다. 묻어둔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숨겨두는 일이지요.
그래서 하루에 한 번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식물의 키를 살펴보는 일, 창문밖 까치집을 올려다보며 킁킁대는 일, 그 모두가 나의 결핍을 어루만져주리라 확신하면서 말입니다.
-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