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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Dec 11. 2022

●×98%

not full but enough

겨울이 되니, 밤은 깊어지고 아침은 늦게 찾아다. 리고 어느 정도 루틴화 된 상 속에 해와 달 거의 매, 비슷한 시 마주한다.


출근 시간 아침마다 지나가는 어느 길목엔 유난히, 떠오르는 해가 잘 보이는 장소가 있다. 그리고 퇴근 후, 한 시간씩 걷는 밤 운동엔 매일 다른 형태와 밝기로 마주하는 달이 있다.


출근시간 마주하는 일출, 호미곶 못지 않다


떠오르는 시간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해는 늘 같은 곳에서 마주하는데, 밝고 눈이 부셔 나는 동그란 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반대로 달은 매일 모양과 방위가 조금씩 바뀌, 나는 매일 밤 달이 떠 있는 곳을 찾아 헤 마침내 그를 마주한다. (가끔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그렇게 뚫어져라 바라봐도 눈이 아프지 않은, 매일 조금씩 모양을 바꿔가는 그 조우하는 시간언젠가부터 즐기게 되었고 핸드폰 갤러리달 사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컬렉션은 다양해져 갔고 특히나 환하디 환한 보름엔 나뿐만이 아니라 운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도 나처럼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곤 했다. 보름이니만큼 사진을 찍는 손길엔 그들이 바라는 소원도 곁들여져 있으리라. 만월(滿月)엔 많은 이들의 바람으로도  달무리를 이룰 수 있지 않으려나.






같은 제목으로 10월 11일에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그날도 만월에서 2%가 부족한 날이었고, 보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얼마나 밝게 빛나던지. 그날 저녁 운동엔 달을 바라보며 걷는 덕분에 마주오는 이와의 어색한 눈 맞춤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다리는 중력의 힘으로 꼿꼿이 서 있었지만, 시선은 무중력에 두어 한참을 그를 응시하며 걸었다고 썼더랬지.

그리고 이번 주 화요일 저녁, 또 만월에서 2%가 부족한 그와 마주했다. 그러나 그 밝음은 보름 못지않아서 빛이 구름을 뚫고 새어 나왔다. 대신 보름 때처럼 많은 이들이 그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당연히 사진을 찍지도, 소원을 빌지도 않았겠지. 만월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그 2%가 부족한 달의 날, 보름 때보다 그를 더 편하게 응시했고 보름 못지않게 달빛이 예뻤다고,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자 또다시 그를 일기에 담았다.


2%가 부족한 달이어도 얼마나 예쁘게 빛나던지. 어쩌면 달은, 보름의 밤보다 오늘 밤이 덜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시선도 덜 뜨겁고 다들 날 보고 소원을 빌지도 않으니, 오늘 밤은 하늘에 스스로를 내보이기가 한결 편했을지 모른다.

온화한 빛을 내되, 많은 이들의 바람과 기대가 곁에 머물지는 않으니.



어쩌면 나도 딱 그만큼의 밝기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자세히 봐야 만월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능한 정도의 밝기.


이 정도라도 이렇게 밝고 예쁜데 꼬-옥 100%를 채워 빛필요가 있을까. 나름의 빛으 간혹 시선 끄는데, 자세히 보니 만월이 아니구나-하고 고개를 거두어도 괜찮다. 나처럼 이 정도의 빛도 예쁘다고, 충분하다고 알아봐 주는 이가 한 명 정도는 있지 모르잖아.

그리고 많은 이들의 시선을 즐기기엔, 그리고 그들의 바람을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걸. 완벽한 자에겐 기대치가 커지기 마련이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 2% 부족한 것이 아닌, 98% 채워진 달의 빛처럼.


모양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빛은 '완전'하였으니.

'만월(滿月)'보다 '완월(完月)'을 지향하기로, 그리고 가장 나다운 밝기를 찾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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