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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Feb 13. 2016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도전기

조우상,<나를 빛나게 한 두 번의 도전>

작년 11월, 스마트폰에서 우연히 제 시선을 붙잡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근대사법 100년 만에 첫 한일 사시 동시 합격자 탄생". 한국도 그렇고, 일본에서도 사법시험은 각 나라에서 제일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인데,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합격하다니. 고등학교 때 읽었던 고승덕 변호사의 책이 생각났습니다. 그야말로 '최초'라고 하니, 주의 깊게 읽어 봤습니다. 나중에 합격수기 같은 게 있으면 글로 남겨 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지난 달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이 책을 찾았습니다. 띠지가 있어서 쉽게 알 수 있었던 건지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그때 인터넷 기사에서 봤던  그분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모두 책을 사는 편인데요, 서점에 직접 가면 이게 좋은 것 같아요.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얻는 게 있더군요. 이 책도 중앙 복도 쪽 매대에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반면 인터넷으로 책을 사게 되면 MD들이나 블로거들이 좋은 책들을 많이 추천해 주셔서 읽게 되고요.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보다 빨리 읽히는 게 있을까요. 저자는 일본에서 무역업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일본어를 조금씩 접할 수 있었답니다. 중학교 때도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부담 없이 일본어를 익혔습니다. 고 1 겨울방학 때, 일본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무슨 특별한 이유(꼭 일본으로 가야만 하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죠. 하지만 저자는 꼭 가야만 하는 이유보다는 외국에서의 가능성과 기회를 보았고, 자신이 좀 더 특별해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학을 결정합니다.


한국 일본 양국에서 사법시험이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한참이나 지난 후에서야 동시 합격자가 나오게 된 것은  그동안 도전자가 적었기(어쩌면 없었을지도)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자를 보며 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났습니다. 달걀을 세우는 법에 대하여, 콜럼버스는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방법으로 달걀을 세우게 되지요. 그것을 본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누가 못 하냐고 빈정댔지요. 그렇게라면 자기네들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달걀 끝을 깨뜨려 세우게 되면 그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게 됩니다.  한일 양국 사법시험을 합격한 저자를 보면서 누군가는 "굳이 그럴 필요 있나?", "뭐, 나도 하면 할 수 있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 것 그 자체입니다. 고1의 나이로 일본 유학을 결정할 때, 일본 사법시험을 응시하기로 했을 때, 한국의 사법시험을 응시하기로 했을 때와 같이 개인에게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책에서는 짧게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이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됩니다. 하면 된다. 이 말을 남에게 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고통이 되고 채찍이 되고 남의 마음을 해치는 칼이 됩니다. 하지만 자기한테 읊어 보면 자신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면 된다 라는 말, 저는 무섭고 불편했었거든요. 왠지 지나간 시대의 용어 같고. 하지만 제가 꿈을 꿀 때, 하면 된다 라는 말을 들으면서, 용기를 가지게 됐습니다. 미리부터 난 안 될 거야, 또는 내가 굳이 그걸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붙잡힐 때도 많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라는 대답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냥 그걸 하면 됩니다.


굳이 자기가 안 되는 이유부터 생각할 없겠지요. 나이키에서도 그러잖아요. Just do  it.이라고. 멋있어요. 내가 이걸 하려고 하면, 내가 어떤 이익이 있고 손해를 볼 지, 주변 사람들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교 때 김어준 씨가 쓴 <건투를 빈다>라는 책에서 유독 머리에 오랫동안 남아 있던 이야기입니다.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인터넷에도 이야기가 남아 있네요.


그냥, 누군가의 (조금 긴) 시험 합격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읽어 보니 매우 훌륭한 도전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본인이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 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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