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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Mar 01. 2016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

유시민,<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제 브런치에는 유시민 작가에 책에 대한 글이 한 편 있지만, 실제로 제가 읽은 것은 몇 권 더 있습니다. 이전의 브런치에서 제가 언급했었던 <나의 한국 현대사>라는 책도 읽었고요. 그 외에 <WHY NOT?>,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지식소매상'이라고 칭했던 분답게 한 권씩 읽어낼 때마다 지식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은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 읽었던 것들이라 다시 읽고 쓰려고 해도 선뜻 마음이 가지 않네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게 된 책이 있었어요. 이번에 소개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입니다. 요즘엔 많은 책을 두루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게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면서 그 생각은 좀 더 굳어졌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나 시를 쓰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논리적인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원래는 정치인 시절 본인을 후원해주셨던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자녀를 위해 논술 글쓰기 강연을 준비했다가 공개 강연이 되었고, 이 책은 그 강연을 기반으로 엮은 글입니다.


초등학교 때 독후감이나 시, 표어 같은 것을 많이 쓰지요. 표어를 쓰거나 불조심 포스터에 들어갈 글, 또는 동시(童詩)를 짓기도 했습니다. 정말 싫었어요. 매년 반복되는 글쓰기, 그리고 특히 표어 같은 것을 써야 할 때는 멋있고, 전달하려는 바도 명확하고, 글자 수도 맞춰야 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물론 저는 그림 그리기를 더 싫어했기에 포스터를 그리는 것보다는 좋았습니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의무감에라도 글을 주기적으로 썼던 적은 초등학교 시절뿐이었던 것 같네요.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전혀 글을 쓰지 않았으니까요. 백일장에서 상을 받는 친구들이 부럽긴 했지만,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나가겠다고 말해본 적도 없고, 나가 보라고 하는 분들도 없었죠. 날씨 좋은 날, 만화 그리는 행사 같은 게 있어서 부모님과 친구들과 따뜻한 날씨에 잔디밭에서 만화를 그리던 기억은 있습니다. 물론 수상과는 무관했습니다.


처음 스스로의 의지로 글을 쓴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졸업 기념 학급 문집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었고, 서투르지만 책으로 만들어 반 전체 학생들이 한 권씩 갖는다더군요. 시를 쓴 친구들도 있었고, 감상문을 쓴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한 명씩 글을 써서 모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데요. 논설문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가장 자신만만한 종류의 글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아래아 한글로 또박또박 써서 프린트까지 했습니다.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하자는 주장의 글이었고, 근거는 세 개를 들어야만 할 것 같았지만 분량의 문제로 두 개만 들었습니다. 편집이나 구성, 디자인 모두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A4 용지 한 장 정도를 꼭 채워서 내려고 했어요. 글자 크기는 더 컸겠지만요. 그게 기억에 남는 제 첫 글입니다.


두 번째로 제가 쓴 글은 군대에서였습니다. 저는 육군에 입대를 했고요. 운전병으로 차출되었습니다. 군생활은 경기도 양주에서 했습니다. 어느 날 수송대장님이 국방일보에 보낼 글을 하나 써 보라고 하셨습니다. 주제는 상호 존중과 배려에 대한 것이었고요. 개인적인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썼습니다. 사단 정훈장교의 편집을 거쳐 국방일보에 제가 쓴 글이 실렸고, 저는 사단장 표창과 4박 5일의 포상 휴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속한 부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고요.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훈련 때 포상을 받을 만큼 열심히 하지도 못했고, 군생활에서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은 휴가 기회가 많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저의 글은 저 두 편입니다. 보시다시피 시나 소설 같은 장르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야기를 잘 지어내지도 못하고요. 묵묵히 써 내려갈 지구력도 아직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짧은 글이나 논리적인 글 같은 것은 그래도 어떻게든 '쓰는 것'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요. 그런 면에서 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저는 글쓰기 책을 읽을 때 실질적으로 뭔가 도움을 얻겠다는 것보다는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의 태도나 글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 혹은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읽은 것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요. 가끔씩 드러나는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에피소드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만, 글쓰기 초보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다들 강조하시는 것이 '많이  읽으라'인데,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까지 충실하게 설명해 줍니다. 본인의 글을 비롯해 이런저런 글들을 직접 끌어와서 고쳐 보여 주는 것을 읽으면서, 작은 수정으로 글이 확 좋아지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전에 읽고 여러분들께 소개했던 서민 교수의 <서민적 글쓰기>에서처럼 역시 조금 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p168 본문에서)


물론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들겠지만, 훌륭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보단 쉬울 것 같습니다. 브런치 독자님들도 함께 글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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