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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Aug 24. 2015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최근에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은 건 사실 한 권이 더 있습니다. 얼마 전 출간된 '나의 한국 현대사'라는 책입니다. 195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도 꼭 서평을 써 볼 참입니다. 사실 한국 근현대사는 고등학교 때 꽤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요. 입시 과목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거든요. 지금은 학문으로서의 역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10대 때 배웠던 것은 아무래도 머리에 오래 남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서 관심이 좀 갔고, 유시민의 시각에서 보는 한국의 현대사는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보다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써,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에 나보다는 더 생생한 체험을 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 순간마다 곁가지에 있지 않았고, 그 출렁거림을 그대로 받은 사람 중이 하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의 한국 현대사'를 출간하고 홍보차 가진 인터뷰를 인터넷 기사를 보았습니다. 정치 무대에서 떠나고, 그리 편안해 보이지만은 않았지만 전업 작가로서 글을 쓰고 수입을 얻는 것을 꽤 좋아하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쓰다 보면 1년에 한 권 정도는 쓰게 되고, 1년에 한 권 정도는 써야 전업 작가로써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 말에는 약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몇 권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why not?과 남북 정상회담 관련 책자, 그리고 읽다가 관둬버린 유시민의 경제학 까페 정도.. 저서를 많이 읽어 본 건 아니지만, 정치인, 공무원, 방송인으로서 활동을 꽤 오래 했기 때문에 이 분의 생각이나 말투, 행동은 꽤 익숙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분을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노출되는 곳에서 공적인 발언은 많이 했으나 본인의 얘기를 하는 건 별로 들어 보지 못했어요. 정치인으로써 한 두 번쯤은 했을 만한 자서전을 낸다던가, 이런 저런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업 작가로 데뷔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이제 조금 본인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현대사'라는 형식을 빌어서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집어 든 게 이 책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성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저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움을 주리라 생각지 않았습니다(제가 이 책을 이때까지 읽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저는 단지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알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에요.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됐는지, 경제학 까페라는 경제학 입문서를 낼 정도의 전공 지식은 어떻게 갖추게 된 건지, 글쓰기 실력은 어떻게 갖추게 된 건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에는 분명 본인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던 why not?이라는 책의 부제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읽기'. 이 분이 본인의 출신 성분을 '프티 부르주아'로 정의하고 자유주의자, 라는 신념을 꽤 오랫동안 가져왔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진정 자유를 사랑하고, 타인이 본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나 본인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싫어한다는 것. 이런 마음가짐(남에게 폐 끼치길 싫어하는) 으로 어떻게 정치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는 것. 일을 하고 수입을 얻고 생활을 향유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는. 어쩌면 현실 정치에 적합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언뜻 언뜻 4대 보험, 복지 제도 등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아, 이분이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자부심.. 같은게 행간에서 느껴져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 분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글쓰기 재능을 발견했던, 역량을 쌓았던 계기도 알게 되었구요.


  책 제목이 책 제목이니만큼, 또 인생 선배로서 저 같은 인생 후배에게 흘러가는 식으로 주는 조언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귀하게 받아 적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 관계는 꽤 중요하다. 본인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고, 그랬기에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꿈이 있었으나 이루지 못한 이런 저런 이유도 있겠지만, 인간 관계로부터 비롯된 이유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또, 이름을 남기고자 살지 말라는 말. 머리로는 누구나 아는 말이죠. 하지만 우린 어렸을 때부터 한 번 태어났으면 세상에 이름 석자를 떨쳐야 되지 않겠느냐, 라는 말, 너무도 많이 들어 왔지요. 그러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는 삶은 덧없다고. 삶은 스스로 매일의 삶에 최선을 다했을 때 명예도, 영광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본말이 전도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꿈을 가지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꿈이 제대로 된 거 맞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말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법은 왕도가 없겠지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 내는게 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 하루 우리는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구요. 영원히 사는 삶이 아니기에 우리의 삶은 더욱 뜨겁게 태울 수 있습니다. 종교를 갖든, 갖고 있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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