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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Aug 18. 2015

요즘남자랍니다

백영옥, <다른 남자>

  요즘 대한민국 트렌드가 뭘까요?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아이패드로 휘적휘적 책을 넘기다 보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분명 이 책도 뭔가 트렌드의 어느 곳에 있을 텐데. 그게  뭘까.라는 생각.  대한민국에서 남자라는 테마는 트렌디한 건가. 최근에는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죠? 다양한 요리 방송에서 ‘남자’ 요리사들은 주방에서, 혹은 주방 밖에서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어필합니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사람들, 시대를 지나며 그 이미지는 많이 변해왔습니다. 경제 성장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절, 삶의 질 향상이 최우선이었고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많지 않았죠. 판검사, 의사가 선망의 대상이었고요. 그때의 남성상이라는 것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남성상이 주는 무게감은 상당히 묵직한 것이었지요. 사회의 한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원으로, 가정에서는 가장 혹은 아들로서. 고속 성장 시대를 지나 IMF를 지나 약한 남자, 꽃미남 같은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띄더니 이젠 다소 가벼워진 '남자'라는 무게감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기에 들어오면서 다양성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거라는 게 좀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 보니 이런 저런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해졌고요. 게임, 스포츠, 연극, 영화, 예술 등에 기꺼이 지갑을 꺼내 드는 이들이 많아지고, 어느 정도 내가 하고 싶은 걸해도 굶어 죽진 않겠지  뭐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과감해집니다. 또, 예전과는 달라서 하고자 하는 분야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 롤 모델, 멘토가 되어 줄 만한 이들이 있다는 거죠. 그들이 궁핍해 보이지도 않고요. 물론 안정만을 추구하는 것을 개탄하는 신문과 어른들도 많이들 계시지만, 저는 그에 못지않게 과감한 이들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남자'라는 책을 읽고 쓰려다 보니 '남자'라는 것에 대해 좀 생각해 봤습니다. 이 책에 대해 '남자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한 줄 소개를 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설명을 해봤습니다. 책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남자들이 나옵니다. 직업도,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지금의 환경도 조금씩 다릅니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에 인터뷰어는 백영옥이라는 소설가입니다. 성별에 굳이 주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뭐, 여자입니다. 제가 읽어본 그녀의 소설은 '스타일'입니다.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꽤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죠. 인터넷 어느 곳에서 가끔 보이는 그녀의 글도 읽어 보면서 그녀의 글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느낌을 가졌습니다. 백영옥의 글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집어 들게 한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했어요. 그녀는 등단하기 전 잡지 기자로 일하며 인터뷰어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답니다. 기자로, 소설가로 일하며 얻은 꼼꼼함은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이들은 몇몇은 아는 이들이었지만 대체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만, 읽다 보니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물씬 듭니다. 건축가, 드라마 작가, 디자이너, 가수 등 인터뷰어의 취향이 좀 반영되었을 것만 같은 직업들, 그리고 사회 초년생들이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파내려 간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는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노래하는 철없는 사람들도 아니었고, 마냥 삐뚤어져 있는 사람도 아니었죠. 그저 각자의 삶에, '프로페셔널'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묵직하게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젊은 패기는 쉬 드러나지 않지만 삶에 대한 바른 눈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평지풍파에 깎이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이지요.     


  글을 쓰다 보니 남자라는 공통점 외에도,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었네요. 삶에 대해 진지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 건강한 휴머니즘을 갖고 있는 사람들. 더불어 이들을 책에 그대로 스며들 수 있게 한 흰 종이 같은 인터뷰어 백영옥을 통해 단단하게 엮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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