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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Jan 10. 2021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 65

알게 모르게 훔치게 되는 것


  가끔 생각나는 어떤 장면이 있다.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마지막 교시였고 수업 중 과제로 내준 것을 제출하기만 하면 집에 가도 됐었다. 어떤 과제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나는 한 친구의 과제물을 지나가다 보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근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라 그것을 적어 제출하고 하교를 했다.


  

대충 예상이 되는가? 나는 친구의 과제를 베낀 것이었다. 베끼면서도 베낀다는 생각을 못했으며 오히려 그 친구에게 다정히 인사했다. 눈물을 훔치며 날 노려보며 지나가던 그 친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끄럽지만 그땐 베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친구의 것과 내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것이었다.



나는 드라마 대사를 손으로 옮겨 쓰며 그것을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이 대사에 대한 내 생각을 적기도 하고 단순히 재밌다, 대사가 참 좋다는 식으로 짧게만 쓰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올릴 땐 나와 같이 드라마 대사를 업로드하는 사람들의 글은 되도록이면 내 업로드가 끝나면 보는 편이다.

그 이유는 내가 이 사람들의 생각을 베낄까 봐 나 스스로 주의한다.


'생각하는 게 비슷할 수 있죠'

맞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고 느끼는 것은 다 비슷하다. 하지만 내가 업로드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다면 그 글이 머릿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공감을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 하며 감탄을 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나의 글을 적는다면 생각이 엉킬 수 있다. 방금 본 글이 마치 내 생각인 것처럼.


  자신만의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이들을 부러워해서 나는 생각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나만의 글을 쓰며 온전한 내가 될 때까지.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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