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급휴직기간이 끝나가고 2월도 끝이 보이고 있다. 6월이 오기 전까지 취업을 위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복직하지 않고 처음 계획한 대로 퇴사할 거라는 걸 말해야 했다.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마음도 추스르고 잠도 잘 자려고 노력하고..." 말을 다 잇진 않았지만 뒤에 이어질 말은 아마 "그러다 보면 다시 복직해서 일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다독임의 문장이었을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를 제외한 엄마와 언니에게는 6월쯤에 퇴사를 할 것이다고 말을 했다. 돌아온 반응은 현실적이면서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응원해. 그런데 코로나 19로 취업문이 굳게 닫혔고, 너의 나이가 취업하기 어려운 건 알 거야. 다시 복직해서 조금만 돈을 모으고 나오는 건 어떨까?"
"아빠가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 5년만 더 다닐 수 있을까.."
현재 회사에서 나의 직급은 무기계약직, 즉 공무직이다. 잘만 버티면 정년까지 갈 수 있다. 호봉은 오르지 않지만. 현 상황에 내가 절대 놓으면 안 되는 줄이다. 다시 일하러 갈 수 있을까? 가서 버틸 수 있을까? 버티지 못하겠어서 도망쳤는데, 다시 갈 수 있을까...
그날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수면 영양제를 먹고 자리에 누웠다. 수면제가 아니어서 그런지 잠은 오지 않고 극단적인 생각만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구용 칼을 꺼내 손목에 갖다 댔다.
그리고 꿈속에선 복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