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게 핸드폰 사용법을 물어본다. 문제가 뭔지 들여다보면 아주 쉬운 것들이다.
아이디/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홈 화면에 있던 아이콘이 없어졌거나
포인트를 받기 위해 유튜브 구독을 해야 한다거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거나
대부분 위에 나열한 이유들인데, 엄마가 물어볼 때는 거의 퉁명스럽게 답하곤 한다. 귀찮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딸, 이것 좀 해줘. 엄마가 해봤는데 잘 안돼. 아~~ 지난번에 딸이 알려줬는데..."
뭔지 모르지만 귀찮은 일이 분명하다. 엄마가 다가오며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시선을 핸드폰에 둔다. 그리곤 내게 '스윽'하고 핸드폰을 건넨다.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표정 없는 얼굴로 엄마의 핸드폰을 쳐다본다.
"뭔데"
"여기 이거를 구독하면 캐시를 준데"
"그거 눌러. 응. 그다음에 캡처. 뒤로 가기. 그거 눌러"
"아! 아이.. 딸이랑 하니까 금방 되네. 이게 안 되가지고..."
엄마에게 알려주고 나선 잠시 생각에 빠진다. '엄마가 모르는 건 당연한 거고 나도 엄마 나이가 되면 엄마처럼 자식들에게 막 물어보고 그럴 텐데.. 그럼 지금 엄마에게 이렇게 툴툴거리며 알려주기보다 친절해야 할 텐데..' 하며 방금 나의 행동을 돌아보려 하지만 다시 엄마의 질문이 이어지면 원상복귀가 된다.
생각한 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면 엄마도 나도 편할 텐데, 다정히 대하는 것이 너무 오글거린다. 가족 간에도 벽을 쌓고 살아온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