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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Apr 15. 2021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 71

아직은 동굴안에 있어요.


정신과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다시 진료를 받게 된 이유는 세 가지 정도 된다. 


첫 번째는 김이나 작사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정확히 인터뷰인지 책에서인지 아니면 방송에서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자신은 계속해서 정신과를 다니며 강박을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김이나 작사가를 멋있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그런 말을 들으니 '김이나도 저렇게 정신과 가서 치료받는구나. 나도 가서 치료받아볼까? 괜찮은 거 같은데.. 가서 치료받아야 하나?' 하며 많은 생각에 빠졌다. 


다른 얘기지만 내 MBTI는 INFP로 역시 'N'답게 생각이 많다. 


두 번째는 산재신청 때문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을 때였다. 서류에는 부인과 외에 치료를 받으면 좋을 과에 대해 적는 부분이 있었다. 담당의는 이 부분에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과를 같이 다니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래, 담당의가 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했으니 이 핑계로 가야지' 하며 정신과를 다시 갈 이유를 만들었다.


세 번째는 어느 날 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자해나 할까'


첫 번째, 두 번째 이유는 "그래! 정신과를 가야겠어!"라고 마음먹은 강한 계기는 아니다. 세 번째 이유가 가장 컸다. 충격적이었다. 자해라는 행동을 마치 습관처럼 행하는 나의 행동에 놀랐다. 


 



오랜만에 진료 예약을 잡자 간호사는 내게 사과를 했다. 정신과 특성상 한 환자를 오래 진료하는데 내가 진료를 받던 의사가 그만둔 것인지 없다고 했다. 크게 문제가 될 거 같지 않았지만 새로운 의사와 다시 처음부터 면담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바뀐 의사와의 첫 만남은 이전 의사와 다른 느낌이었다. 이전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내게 질문을 건네지만 무언가 내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에 바뀐 의사는 이전 의사와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게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내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구체적인 목표를 물으니 조금 당황했다.




두 번째 면담에서 의사는 감정 행동 카드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떠냐 했다. 평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다. 

감정 행동 카드는 하나의 감정카드를 뽑아 그 감정에 대해 떠오르는 것을 단어 혹은 문장으로 내 감정을 나타내는 훈련이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감정을 써 내려가면 되지만 세 번째 면담 날이 다가올 때까지 두 번 카드를 펼쳐볼 뿐 감정을 적지 않았다. 


감정카드를 들여다봐도 어떤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면담 날에선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계속해서 진행해야 할 거 같다고 의사는 말했다.  

치료도 계속 진행해야 하니 귀찮아도 감정카드를 펼쳐봐야 할 거 같았다. 

 

4월 14일 나의 감정카드


<귀찮음>
귀찮음은 마음에 들지 않고 괴롭거나 성가실 때 느끼는 감정이에요. 예) 밀린 숙제를 하느라 바쁜데 동생이 자꾸 같이 놀아달라고 떼를 써서 정말 귀찮았어.


귀찮아서 미룬 일이 있나요?


귀찮아서 미룬 일이 있다. 서초 근로복지공단에서 서면 문답서를 요청했다. 안산에 산재지정병원이 있어 거기로 특진을 받으러 가야 하지만 특진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아 공단에서 서면 문답서를 작성해서 달라고 했다. 

4월 중순까지 보내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느라 아직 다 작성하지 못했다. 


귀찮아서 일을 미뤘더니 폭탄으로 다가왔다. 어서 작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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