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차22일 차
날이 계속 흐려서 돌아다니지 못해서 그런지 허리 통증은 계속됐다. 걸어야 통증도 이겨낼 수 있으니 몸을 일으켰다. 옷을 한 번 입으면 빨래를 하는 편이라 그저께 빨래를 돌린 것 같은데 빨래가 저렇게 많다. 빨래를 널었을 때는 분명 날이 맑았는데, 외출하러 나갈 때 보니 금세 흐려졌다.
서울살이를 하면서 나무를 이렇게 찍지는 않는데, 제주와서는 나무 사진을 많이 찍는다.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정말 제주스럽다. 제주홀릭러라면 뭐든 제주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아점으로 돈가스를 먹으러 호자로 향했다. 연돈을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도 텐트 치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구석으로 가 앉았는데 옆 자리에 큰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앉아있길래 아무렇지 않은 듯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밥 먹고 카페를 갈 건데 라테를 왜 시킨 건지 모르겠다. 주문할 때는 자연스럽게 주문했는데, 라테가 나오자마자 당황했다. 배고파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나 보다.
카페를 가지 않고 집으로 가던 중 세화 해변 쪽에서 꽃가게를 발견했다. 마침 꽃을 사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맘에 드는 꽃을 두 송이를 사서 나왔는데, 바로 꽃 이름을 까먹어 버렸다. 이름 모를 제주 꽃 한 송이는 내가 갖고 한 송이는 사장님께 선물로 드렸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마음 졸였던 게 마음에 걸려 선물을 했다. 남은 시간 잘 부탁드린다는 작은 마음도 담아.
원래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꽃은 예쁘지만 시들면 예쁘지 않고 그때마다 버려야 하기 때문에 귀찮았다. 근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꽃을 좋아하게 됐다. 회사가 서초역에 있었고 고속터미널역과 매우 가까워 출근길에 직장 동료들이 꽃시장에 들러 꽃을 사 오곤 했다. 점심시간에도 꽃을 사러 갔다 오는 동료들이 많아 사무실엔 항상 꽃이 가득했다. 매일 꽃을 보고 꽃을 선물을 받다 보니 꽃이 좋아졌다.
튤립과 장미도 구분 못하는 나였는데(사실 지금도 크게 구분하진 못한다) 이젠 스스로 꽃을 사고 꽃을 선물하기도 하다니. 역시 환경과 사람은 중요하다.
내가 꽃을 보고 미소를 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