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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Oct 28. 2020

이번 촬영은 망쳤다_시타델(citadel)

레몬 블루 몰타

사진 촬영 여행을 할 때

은근히 욕심 날 때가 있다.

많은 여행자가 방문하는 명소 말고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서

다른 이는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장면을 찍는 것이다.


고조(Gozo) 섬에서의 마지막 날,

나는 호텔 프런트의 직원에게 물었다.

  "나 찍고 싶어요우~ 멋진 사진

   어디에요우? 최상급 멋진 포인트

   당신이 추천하는?"

  "시타 델라(cittadella)"

최대한 영문법에 충실하게

현지인이 추천하는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는데

답변은 아주 간단하게 '명사(Noun)'로 끝난다.

그것도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나중에 찾아봤어요.

  전 이탈리아어의 '이'자도 몰라요)


빅토리아의 성채(citadel)로 가는 언덕길 /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을 준비하고 있는 중


실망이다.

시타델(citadel), 즉 성채는

내가 이미 생각해둔 장소다.

다른 데 추천해주면 좋으련만

이미 점찍어둔 곳을 추천하다니...

에이~ 재미없다.


현지인마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방문을 권하는 그곳,

고조 섬 중심부 마을인 '빅토리아'에 있는

카스텔(IL-Kastell)이라는 성채는

고조 섬의 거의 모든 역사(history)와

함께 하는 곳이다.


오늘은 시타델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찍어야 할까?


Cathedral of the Assumption



저 앞에 보이는 계단에 올라 촬영할 생각을 못했다. 바보팅이~!


카스텔 시타델은 유료다.

성채 내부의 뮤지엄 네 곳을

방문할 수 있는 표를 구입하고

성채 안으로 들어서니

첫 장면부터 사진 찍기 참 어렵다.


입구에서부터 성당까지 일직선이 아니다.

임디나(Mdina)라는 도시에서는

적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골목골목을 비뚤비뚤하게 만들었다 했는데

이곳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인지

성채 입구에서 보이는

'Cathedral of the Assumption'까지

(아마도 성모승천 성당으로 번역해야 할 듯)

일직선이 아니라서 촬영각이 예쁘지 않다.

게다가 높은 곳에 있어서

광각 렌즈로 촬영하기가 까다롭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한참 동안 여러 컷을 찍다가

잘 찍기를 포기하고

광각렌즈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

왜곡된 앙각 샷으로 찍기로 한다.



성모승천 (the Assumption)을 기리는

성당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교구 내 중심 성당인

Cathedral 이라서 그런지

성당 내부가 매우 화려하다.


성당 내부는 화려하지만

이 성당의 역사는 화려하지 않다.

이번에도 리 플래닛에 의하면

1697년에서 1711년 사이에 지어졌는데

저 멀리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크게 유실되었다가 다시 지어졌다 한다.



나는 날라리 가톨릭 신자지만

성당의 화려함은 어딘가 부담스럽다.

유럽 여행 중에는 어디가 됐든

성당 방문을 할 수밖에 없고

몰타 본섬에서 요한 성당의 화려함을

눈으로, 카메라로 확인하고 왔지만

반짝반짝 실버, 골드 물품들은

좁은 문으로 들어갈 때

버려야 할 것들로 보여서 영 불편하다.



성당을 나와서도 계속 올라간다.

오르막 길에 있는 어느 옷 가게.

이곳도 EBS 세테기에 등장했던 곳이다.


몰타 본섬의 라밧(Rabat)에 있는

파루찬 과자점에서는

EBS 세테기에서 CEO 아저씨 봤다며

아는 척을 해서 과자 하나 덤으로 받았지만

이곳에서 EBS 방송 이야기를 꺼냈다간

저 옷을 한 벌 사야 할 것 같아서

별난 내 마음을 꾸욱~~ 눌러 주고서는

성채 꼭대기로 계속 올라간다.


안 본 척하며 봤는데도

양털로 만들었을 듯한 옷은

품질이 좋아 보인다.



미로 같은 길을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오른다.


나름 빛을 고려해 몇 컷 담아 보고

석회암(limestone)의 질감을 살려보

 써 보지만,

아이고~ 촬영하기 쉽지 않다.



드디어 꼭대기에 도착.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 나타났던

'참호' 같은 벽(wall) 하며  

일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길을 보면

이곳이 글자 그대로 전쟁 대비용

'요새'임을 알 수 있다.


고조 섬 역사 공부를 안 해서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투르크 인들이 침략한 적이 있었는데

섬 주민들이 이 요새로 모여

함께 지내기도 했다 한다.



성곽을 따라 둘레 길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옛날 옛적에는

요새를 지키는 병사들이 순찰을 돌거나

보초를 서고 있던 곳이었으리라.


이곳에서 바라보는 고조 섬 풍경은

정말 일품이다. (너무 흔한 표현 ㅜㅜ)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으나

가슴이 탁 트인다.

몰타 본섬 임디나의 언덕에서 바라본

몰타 본섬 전경보다 한 수 위다.




고조 섬 역사의 현장에서

주민들의 한(恨)이 서렸을 법한

건축물을 촬영하는데,

마음에 뭔가 와 닿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구해졌어도

왜 촬영하는지에 대한 답은

구하지 못하겠다.

이번에는 '레몬' 색에도 관심 가지 않고

다른 컬러도, 멋진 장면도 못 찾겠다.

이번 촬영은 망다.


이쯤되면, 아예 촬영을 접고

고조 섬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싶다.


언젠가 다시 시타델에 올 때는

가능한 일출, 일몰 때를 맞춰와야겠다.

그리하면 혹시 '왜' 촬영해야 하는지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팁톡(Tip Talk)***


□ IL-Kastell 시타델 (citadel)

 - 입장료

   Adults 5 유로 / Seniors 3.5 유로

   ( Adults와 Seniors 의 구분 기준을

     모르겠어서 원문 그대로 옮겼습니다)

   students  3.5 유로

   Youths (12 to 17) 3.5 유로

   Children (6 to 11) 2.5 유로


- 관람 시간

    월~일 : 9시~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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