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_사려니 숲길 여행

시 한 편 사진 몇 장

우수(雨水)가 지났습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을 지나 춥던 날씨가 풀린다는 그 우수(雨水)가 지났습니다.

이제 곧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 오면 진정한 봄이겠지요?


봄이 오면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새싹이 움트는 어느 숲에 가서 피톤치드 흠뻑 들이마시고 수줍게 피어난 꽃 한 송이에 눈길 주면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지난날은 참으로 힘들었노라, 그래서 앞으로는 이 평범한 일상을 고마워하며 살아가자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시(詩) 한 편과 사진 몇 장 골라 봤어요.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 정유경 -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

네가 만약에 말이야, 으르렁거리며 날 찾아온다면

내게 오는 동안 넌 내가 두른 초록 숲 울타리에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맸으면 해.


꽃과 풀이 부르는 느린 노래,

거미줄에 걸린 둥근 이슬에 젖어

네 걸음은 사뿐사뿐 더디어지고

헝클어진 가지마다 고개 숙여 안녕!

하고 너는 인사를 하겠지.


그래서 기어이 네가 날 찾아왔을 땐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늑대 대신

작은 새 한 마리 네 가슴에 들었으면 좋겠네.


내 말을 너는 잘 알고 있지?


우리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지 말고

작은 새들처럼 사이좋게

지지배배거리며 지내자는 말이야.

널 기다린단 말이야.


나의 숲이 네 마음에 부디 들기를.


- 출처 : 시요일 App -


'시요일'이라는 앱(App)이 있습니다.

매일 한 편의 시(詩)를 알려주고, 시인의 이력을 찾아볼 수 있으며 본인 스스로 시를 써서 등록할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저는 정유경 시인의 <내 마음에 숲 울타리를 쳐 두겠어>를 읽으며, 제주도 사려니 숲길을 떠올렸습니다.


1800_0_IMG_7371.jpg 비 오는 날의 사려니 숲길


숲 울타리, 참으로 멋있죠?

가시나무도 아니고 철조망도 아닌 숲으로 만든 울타리라니요.

뾰족뾰족한 가시에 찔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 울타리 안에 갇혔음을 알면서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숲, 그 숲 울타리에 갇히면 결국에는 대자연의 힘 앞에 온순해질 수밖에 없지요.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든 어느 날 으르렁거리며 내게 다가올 때, 아무 말 없이 화내지 않고 숲으로 그 사람을 가둬둔다면 그 얼마나 평화로운 해법인가요. 노래 제목처럼 아름다운 구속이라 해야 할까요?


비가 오는 날의 사려니 숲길은 몽환적입니다. 숲 속으로 떨어지는 빛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고, 주변의 나무들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울타리처럼 느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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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_0_IMG_7384.jpg 비 오는 날의 사려니 숲길


숲 속에서 헤매다 보면 마음이 불안할 거예요.

그러나 헤매다가도 의자에 앉아 쉬어 가면 좋겠습니다.

사려니 숲길에는 군데군데 의자가 놓여 있거든요.

의자에서 잠시 쉰다 한들 사려니 숲 울타리를 그리 쉽게 벗어나지는 못할 거예요. 사려니 숲길 속에는 신비한 초록색 마법이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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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_0_IMG_4575.jpg 하트 모양 맞죠?


숲 길에 피어 있는 꽃을 보고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빛을 보면, 걸음은 사뿐사뿐 더디어질 수밖에는 없고 마음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들어서면 숲 바닥에 놓인 하트 모양의 나무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더 이상 으르렁거리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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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새가 들어 앉았으니, 이제는 숲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겠지요.

아름드리나무와 바닥에 흩어진 잡목들을 지나 평탄한 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디론가 향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기다림이기도 한 그 길을 걷는다면, 비록 울타리라 하더라도 빠져나온 숲이 마음에 들겠지요.


추신,

부디, 당신의 숲 울타리 속에 내가 있었기를...




□ 사려니 숲길

- 17시 이전에 숲길에서 나와야 하니 시간 계획을 잘 세우셔야 합니다.

- 숲길 탐방로가 다양합니다. 왕복 시간 고려하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사려니숲주차장→조릿대숲길→숲길입구(비자림로변)→물찻오름 (3시간 30분)

*남조로변 사려니숲길 입구 주차 → 물찻오름에서 돌아오기 (2시간 30분)

*사려니숲길입구 (비자림로변, 붉은오름) → 물찻오름 입구에서 돌아오기 (2시간)


https://www.visitjeju.net/kr/detail/view?contentsid=CONT_00000000050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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