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시간_벽초지 수목원 여행

시 한 편 사진 몇 장


벽초지 수목원


꽃이 피는 시간


정끝별


가던 길 멈추고 꽃핀다

잊거나 되돌아갈 수 없을 때

한 꽃 품어 꽃핀다

내내 꽃피는 꽃차례의 작은 꽃은 빠르고

딱 한번 꽃피는 높고 큰 꽃은 느리다

헌 꽃을 댕강 떨궈 흔적 지우는 꽃은 앞이고

헌 꽃을 새 꽃인 양 매달고 있는 꽃은 뒤다

나보다 빨리 피는 꽃은 옛날이고

나보다 늦게 피는 꽃은 내일이다

배를 땅에 묻고 아래서 위로

움푹한 배처럼 안에서 밖으로

한소끔의 밥꽃을

백기처럼 들어올렸다 내리는 일이란

단지 가깝거나 무겁고

다만 짧거나 어둡다

담대한 꽃냄새

방금 꽃핀 저 꽃 아직 뜨겁다

피는 꽃이다!

이제 피었으니

가던 길 마저 갈 수 있겠다

- 詩集 <와락>, 2008년 11월, 창비

- 시요일 App



꽃이 피는 "시간"이 있을까요?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보통은 꽃이 피는 "시기(時期)"라고 하지 꽃피는 "시간"이라는 표현은 어딘가 낯설어요. 매화는 겨울에 피고 개나리는 3월에 피며 철쭉은 5월에 핀다고 하니까요.


시(詩) 한 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번에는 경기도 파주 <벽초지 수목원>을 둘러보겠습니다.




<벽초지 수목원>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영화 <아가씨>, 최근에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2>를 촬영했어요.


'21년 4월 초순의 어느 날,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는 오늘 벚꽃 잎이 떨어졌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내일 늦게 피어났네요.

벚나무 또한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늦게 꽃을 피우기도 하나 봐요. 벚나무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가끔 느리게 가기도 하겠지요?




<벽초지 수목원>에는 튤립 꽃도 피어 있어요. 높은 데서 피지는 않았지만 튤립을 가까이에서 촬영하니까 꽃이 커 보여요. 튤립은 네덜란드가 아닌 한국에서는 요맘때 한철 피니까 꽃이 크고 느리게 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요?



꽃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분홍 분홍한 예쁜 꽃이 높은 나무에 피었어요. 아직 꽃망울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피는 꽃입니다!!! 킁킁, 킁킁, 냄새는 맡아보지 못했어요. 제 코가 막혔나 봐요.

피는 꽃을 봤으니 저도 제 길을 마저 가야겠습니다.




지금 피워야 하는 꽃이 있는지요? 가야 할 길이 있는지요?

그렇다면 파주 <벽초지 수목원>으로 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제 핀 꽃이 지금 또는 내일 피고 있으며 오랜 기간 가꾼 꽃길이 놓여 있습니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꽃 보시고, 꽃길 한번 걸어 보시고 마침내는 가야 할 길 담대하게 마저 가시길요.

응원합니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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