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사진 몇 장
시 한 편 감상하고 시와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 매거진 <시 한 편 사진 몇 장> 시작합니다.
최근에 <등대>라는 시(詩)를 읽었는데요, 2015년 7월에 다녀왔던 경북 포항의 <국립 등대 박물관>이 생각났어요.
(※아래 모든 사진은 2015년 7월에 제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2021년 현재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음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조말선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층계참이 없어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나는 나를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창밖으로 바깥이 갇히고 있다 그것은 창이라고 하기보다는 환기구 같은 것이다 환기구 속에서 어둠이 파랗게 다그치고 있다 올라가, 올라가 어서 나는 빙글빙글 돌고 있다 내다 보이는 방위는 어지러웠으므로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내다보이는 명령은 답답했으므로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내다보이는 위험은 사각이었으므로 나는 나에게 집중하고 있다 불안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불안해 보인다 보다 내성적이기 위해 창은 작을수록 효과적이다 몰입하기 좋다 나는 나에게 몰입하고 있다 나는 알맞게 말을 더듬거리며 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 나는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리고 끝내 헐떡거리며 끔뻑거리며 불안을 불안하게 발성하고 있다
- 시요일 App
국내든 해외든 바닷가를 다니다 보면 '등대'는 쉽게 볼 수 있지요. 영화에도 많이 등장하고요. 그러나 실제로 등대에 올라가 보기는 어렵지요.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어도, 그곳은 엄연히 누군가의 일터, 업무와 관련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방문할 수 없지요.
시(詩)의 출발은 나선형 계단을 오르는 장면입니다. 등대 건물은 원통형으로 생겼으니 나선형 계단이 존재하겠고,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있으니 창문은 작을 듯 합니다. 이런 길을 따라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 길과 같다고 본 조말선 시인의 감성과 통찰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경북 포항에 있는 <국립 등대 박물관>에 가 봤는데요, 이곳에는 대한민국 전역에 있는 등대의 모형을 넓은 정원에 비치해 놓았어요. 이곳의 등대 모형에도 내부 단면도는 없으니 등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은 확인해 볼 수 없었습니다.
내부에는 분명 나선형 계단이 있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등대 모형도 있어요. 빙글빙글 도는 것이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라니 어쩐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 보기엔 예쁠지 몰라도 등대 내부는 답답할 것 같아요. 공간이 좁으니까요.
나 자신에게 몰입하다 보면 더욱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해요. 잔에 담긴 커피를 한쪽 방향으로 계속 저으면 중심부로 집중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나선 계단을 오른다면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겠네요. 그리고 등대 불을 켜는 행위가 바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음을 시인(詩人)은 예리하게 분석했네요.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파악해 본들 무엇이 달라지겠나 싶기도 해요. 등대처럼 여전히 홀로 떨어져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 말이지요.
등대 박물관 밖으로 나와 해안 도로를 따라 걸어보시길요. 등대 박물관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양의 등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더욱 친숙하게 보일 것입니다.
포항 포스코 앞바다에 빨간빛을 내는 등대가 있어요. 등대가 보내는 신호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둠이 완벽하지 않은 파란 하늘에 빨간빛이 더해지니 더욱 예뻐 보입니다. 푸르스름한 가로등이 더 쓸쓸해 보이고요.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더욱 잘 나오겠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국립 등대 박물관>만 관람하려고 포항에 가는 분은 안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평범한 여행 정보 하나 드리자면, 이곳은요 그 유명한 호미곶에 있습니다. 호미곶은 일출 명소죠? 호미곶에서 일출과 한반도 호랑이 조형물 보시고, 몇 걸음 가면 등대 박물관이 있으니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등대 박물관에서 나와 해안 도로를 쭈욱~ 걸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자전거 길도 잘 다듬어져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시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겠습니다.
<국립 등대 박물관>의 자세한 정보는 아래 홈페이지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lighthouse-museum.or.k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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